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나는 세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었던 건 오직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뿐이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중에서
대학 시절 불교 수업을 들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독화살의 비유’였다. 독화살에 맞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우선 화살을 뽑는 것이지, 화살을 누가 쏘았는지 따위를 아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형이상학적 물음에 골몰하기보다는 지금 당장의 괴로움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형이상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세게 한 방 맞은 듯한 기분이었달까.
헤밍웨이의 문장을 보고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세상을 알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그저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세상의 실체는 알 수 없을지언정 적어도 사는 방법은 어느 정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책도 도움이 되지만 가장 결정적인 삶의 방편은 상처를 입어가며 익히는 수밖에 없다. 아픈 말이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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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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