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민 함께 참여…국악 곡을 합창곡으로 만들어 학교 배포
인천시교육청국악합창단 |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지난달 28일 오후 8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대공연장.
인천시교육청 국악합창단(이하 인천 국악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토끼가 용왕을 속이는 장면의 수궁가 합창 선율이 반주에 맞춰 장엄하게 울려 퍼지자 500여명의 관객도 숨소리를 삼킨 채 무대 위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이어 마지막 곡인 '약일레라 약일레라'에서 토끼가 위기를 벗어나 도망가는 내용의 합창이 피날레를 장식하며 70분간의 공연이 막을 내리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국악합창단은 2022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최초로 창단한 국내 유일의 시도교육청 산하 국악합창단이다.
초중고 학생 25명, 학부모와 일반 성인 25명 등 50명으로 구성된 인천 국악합창단은 연령대나 소속 집단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시민 전체가 함께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공개모집을 통해 매년 새로 구성되는 합창단원들은 토요일마다 3시간씩 국악 전문 강사로부터 강의를 듣고 연습하며 연간 정기연주회 1회, 초청연주회 4회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 국악합창단은 공연에만 그치지 않고 국악 전통곡을 매년 판소리와 민요 기반의 합창곡으로 만들어 인천 전체 학교에 악보, 음원, 영상을 배포하며 학교 국악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심청가, 팔도민요, 흥보가, 수궁가 등 전통곡을 합창곡으로 전환한 곡만 2022년 창단 이후 40여곡에 이른다.
연습 중인 인천시교육청국악합창단 |
작년 7월 국악진흥법 시행으로 일선 학교에서 국악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국악 자료가 여전히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국악합창 악보는 학교 음악 시간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효녀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의 고장 백령도에서는 학생들이 국악합창단의 악보를 토대로 매년 7월 백령다목적체육관에서 심청가 공연을 해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인천 국악합창단은 작년 베트남 호찌민 한국국제학교에 이어 올해 일본 오사카 금강국제학교에서 공연을 펼치며 국악을 통한 해외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현아 인천시교육청 장학사는 "국악교육을 강화하려 해도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국악합창단에서는 학생과 시민 모두가 국악이라는 예술을 직접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국악합창단은 내년 5기 신규 단원 모집을 지난 1일 시작했으며 오는 9일 마감한다. 시교육청은 신청자가 직접 부른 국악과 자기소개를 담은 영상을 제출받은 뒤 심사를 거쳐 5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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