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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학개미 탓만…기관 해외주식 투자 잔액도 또 사상 최대

중앙일보 김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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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학개미 탓만…기관 해외주식 투자 잔액도 또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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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관이 투자한 해외 주식과 채권 잔액이 올해 9월 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원화 가치 하락의 주범으로 ‘서학 개미’를 꼽고 있지만, 기관과 국민연금이 늘린 해외 주식 투자액이 훨씬 많았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 기관투자가의 외화 증권 투자 동향’에 따르면 주요 기관의 올 3분기(6~9월) 말 해외 주식·채권 투자 잔액은 전 분기보다 5.3% 늘어난 4902억1000만 달러(721조원)였다.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 치웠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은이 집계한 기관의 외화 증권 투자 잔액은 새로 사들인 해외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채권의 평가액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 때문에 신규로 매입한 덕분에 잔액이 증가할 수도 있지만,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이 올라 잔액이 늘 수도 있다. 기관의 외화 증권 투자액은 잔액 기준으로 올 1분기 말(4307억9000만 달러) 이후 3개 분기 연속 최고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3분기에는 자산운용사(178억5000만 달러)ㆍ보험사(33억6000만 달러)ㆍ증권사(20억1000만 달러)ㆍ외국환은행(14억6000만 달러) 순으로 외화 증권 투자 잔액이 늘었다. 상품별로 해외 주식(191억3000만 달러)이 해외 채권(46억6900만 달러) 잔액 증가분의 약 4배에 달했다.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으로 기관 투자자의 외화 증권 잔액은 695억 달러(102조2414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분기) 증가분(398억5000만 달러)과 비교해 약 74.4% 급증한 액수다.

이 기간 기관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만 498억1000만 달러(73조2754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주요국 주가 상승,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외국 주식ㆍ채권에 대한 순투자가 지속한 데다 평가이익도 발생해 잔액이 늘었다”고 짚었다.


지난달 27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쏠림이 크다”면서 서학개미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처럼 외환 당국은 서학개미를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세력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실상은 개인보다 국민연금이나 기관이 해외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고 있었다.

한은에 따르면 올 1~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상 개인투자자로 분류되는 ‘비금융기업 등’의 지분투자 잔액은 445억9190만 달러(65조5367억원) 늘었는데, 이는 기관의 증가액(73조2754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또 이 기간 국민연금으로 분류하는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은 819억9100만 달러(120조4775억원) 급증하면서 개인투자자 잔액 증가분을 크게 웃돌았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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