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캠’에 찍힌 우리집, 성착취물로 팔렸다

카메라 12만대 해킹한 4명 검거
수천만원에 해외사이트로 넘겨
산부인과 분만실·왁싱숍도 노려

‘홈캠’이라고 불리는 IP 카메라(인터넷 카메라) 장면을 해킹해 중국 성인 사이트에 올려 거액을 챙긴 일당이 붙잡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IP 카메라 12만여 대를 해킹한 4명을 검거했다고 30일 밝혔다.

IP 카메라는 외부 연결이 차단된 CCTV(폐쇄 회로TV)와 달리 인터넷에 연결돼 외출 시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영상을 실시간 살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녀나 노인 또는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집, 원격 감시가 필요한 식당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인터넷망에 연결돼 영상을 실시간 송출하는 방식이라 설치가 간단하고 저렴하지만 보안에는 취약했다. 피의자들은 ‘0000’나 ‘ABCD’처럼 쉽고 단순한 비밀번호를 설정한 기기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구속된 피의자 A씨는 홈캠 6만3000대를 해킹해 성 착취물 545개를 제작했고, 이를 중국어로 운영되는 사이트에 팔아 3500만원 상당의 가상 자산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구속 피의자 B씨도 7만대를 해킹해 648개의 성 착취물을 제작·판매해 18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집과 산부인과 분만실, 의류 매장, 필라테스 스튜디오, 왁싱숍, 코인 노래방 등에서 촬영된 영상들이었다. 이 사이트에 최근 1년간 게시된 영상의 62%는 A·B씨가 판매한 영상이었다. 이 사이트에는 ‘한국’ 카테고리가 따로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여성들을 노린 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은 공범 관계는 아니었다. 검거 당시 이들의 범죄 수익은 남아있지 않아 경찰은 과세 등 법적 조치를 위해 국세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구속 피의자 C씨는 IP 카메라 1만5000대를, 불구속 피의자 D씨는 136대를 해킹해 영상을 개인적으로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C·D씨는 해당 영상을 유포하거나 판매하진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확인된 피해 장소 58곳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우편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비밀번호 변경을 안내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전담 경찰관을 지정해 피해 상담과 성 착취물 삭제·차단을 지원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를 소개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협력해 고위험·대규모 영상이 유출된 가게 점주 같은 사업자도 우선 조사해 추가 피해 예방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문제가 된 해외 사이트에서 성 착취물을 구매·시청한 이들 3명도 추가로 검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해당 사이트 접속 차단을 요청했고, 사이트 운영자를 쫓는 국제 공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번 해킹된 카메라는 반복적으로 해킹됐다”며 “8자리 이상·특수문자를 포함한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최소 6개월에 한 번 이상 비밀번호를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또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기기 보안 상태를 최신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조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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