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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입주 물거품? '제자리' 멈춘 3기 신도시...공급 늦어지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평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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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입주 물거품? '제자리' 멈춘 3기 신도시...공급 늦어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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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별 공사 진행률 공개]②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 2018년 9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추진을 공식화했다. 참여정부 시절 2기 신도시를 발표한 이후 20여 년 만에 내놓은 대규모 신도시인 만큼 당시에는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3기 신도시 발표 7년이 지났지만 정확한 입주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는 공정률을 밝히지 않고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반복한다. 3기 신도시별 공사 진행률을 모두 공개하고 부천대장지구 등 현장을 직접 찾아 주택공급 실태 전반을 점검한다.

3기 신도시 부천대장지구 공사현장 정문. 현장에 인부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사진=김효정 기자

3기 신도시 부천대장지구 공사현장 정문. 현장에 인부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사진=김효정 기자


3기 신도시가 발표된 지 7년이 흘렀지만, 실제 사업 속도는 초기 단계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후반 '공급이 답'이라며 등장한 3기 신도시는 새 정부에서도 수도권 공급 확대의 핵심 카드로 재부상했지만, 실제 공정률은 기대와 달리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친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3기 신도시는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창릉, 부천대장 등 수도권 주요 축을 잇는 대규모 공공택지 프로젝트다. 당시 정부는 2020년대 중반 대규모 택지를 공급하고 2026년 전후로 입주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높은 서울 집값과 재건축 지연, 도심 택지 부족이 겹치던 상황에서 "공공 주도 대량 공급"이라는 메시지는 시장 기대를 빠르게 키웠다.

특히 사전청약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본청약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던 문재인 정부 말기, 정부가 사전청약을 꺼내들자 청년·신혼부부 중심으로 수만명이 몰렸다. "입주 시점만 맞춰도 된다"는 기대심리는 정권이 바뀐 뒤에도 정치·정책 의제의 중심에 자리했다.

실제 공정은 더뎠다. 머니투데이가 전국 공공 공사 발주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공공주택지구 기준 인천계양 A2·A3블록만 공정률이 35%대를 기록했다. 남양주왕숙 A-24BL·B-17BL·하남교산 A-2BL은 공정률이 0%였고, 왕숙 A-1BL·A-2BL·B-1BL·B-2BL도 0.5~1%대였다. 고양창릉은 8~10%대, 부천대장은 5% 안팎으로 그나마 빠른 편에 속한다. 사실상 대부분 지역이 '기초공사 단계'에 머문 셈이다. 계획했던 '2026년 대규모 입주'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정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인천계양 등 일부 블록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강조하며 시장 기대를 부각해왔다.


현장의 느린 속도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토지 보상과 인허가 협의, 군부대 이전, 문화재·환경 조사 등 선행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고양창릉은 군부대 이전 협의가 수년간 이어졌고, 일부 구간에서는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조사로 추가 지연이 발생했다. 공장·창고·농지가 섞인 지역은 보상 갈등까지 겹쳤다.


공사비 상승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도 변수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대비 일삼공 수준까지 올라 시공사 부담이 커졌다.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착공과 공정 속도가 보수적으로 조정됐고, 공공·민간 혼합 블록은 설계 변경과 물량 조정으로 일정 불확실성이 반복됐다.

사전청약 당첨자 이탈도 나타났다. 인천계양 일부 블록에서 본청약 과정 중 당첨자의 상당수가 신청을 포기했다. 입주 시기 지연, 공사비 상승, 금리 부담으로 분양가가 오르며 '사전청약 당시와 다른 조건'이 현실화된 탓이다. 남양주왕숙 등에서도 유사 사례가 감지된다.

입주가 밀리는 사이 서울·수도권 집값은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 공급이 계획표로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는 당장 눈앞의 전세·매매 시장과 기약 없는 청약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사전청약 이후 대출 규제·금리·분양가가 크게 바뀌자 "청약 당시와 현실의 조건이 전혀 다르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토지 매입 및 보상, 실시 계획 수립 및 공사 등 절차 뿐만 아니라 원주민, 시공사 등 이해 관계자들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단기간 내 공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따라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제시해 정부의 공급 의지를 보여주고, 수요자들에게 신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유휴부지 활용 방안, 정비사업 규제 완화책이 조속히 현실화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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