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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외환시장 쏠림·물가 우려"…금리인하 사이클 휴지기 돌입

이데일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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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외환시장 쏠림·물가 우려"…금리인하 사이클 휴지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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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환율·물가 압력에 인하 속도 조절
‘인하 기조’ 사라지고 가능성만 남았다
시장 숨 고르기…추가 인하 내년 중반 이후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하의 브레이크를 밟았다. 부동산 과열과 고환율, 여기에 물가 상승 압력이 겹치면서 금리 인하 기조는 사라졌다.

금리 인하 기조를 삭제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남기며 인하의 여지를 열어뒀지만, 시장은 사실상 금리 인하가 종결됐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금통위의 이번 결정을 ‘숨 고르기’로 평가하며 추가 금리 인하는 내년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1.27 [공동취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1.27 [공동취재]


부동산·환율·물가 ‘삼중고’

한은 금통위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이후 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동결 결정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과열, 환율 변동성 확대, 물가 상승 압력이라는 세 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의 높은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하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을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고, 현재 서울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한은의 우려를 낮출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 인하가 계속될 경우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추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1470원을 웃도는 원·달러 환율도 금리 인하의 부담 요소로 부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늘면서 너무 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달러 강세나 다른 나라 통화와 움직임에 비해 원화가 가치 절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쏠림 현상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금리 동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당국의 입장에서는 고환율로 물가가 굉장히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물가가 오를 경우 저소득층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는 2%에서 2.1%로, 내년은 1.9%에서 2.1%로 각각 올려잡았다.

‘인하 기조’ 문구 사라졌지만…문은 열려 있다

이번 회의 의결문에서는 그간 1년간 유지해 온 ‘금리 인하 기조’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대신했다. 한은이 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전환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10월 회의에는 6명 중 4명이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3명으로 줄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시장 ‘숨 고르기’…다음 인하는 내년 중반 이후가 유력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휴지기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중반 이후로 미뤄 잡는 분위기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회복, 부동산 가격 상승, 환율 급등 고려하면 이번 동결은 당연하고 동결이 장기화할 위험도 분명히 상존한다”며,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 2, 8월에서 5, 11월로 수정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올해 12월 연속 인하를 포함해 내년까지 100bp(1bp=0.01%포인트)를 추가적으로 인하한다면 인하 사이클을 재개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동결 후 7월에 한 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어버리는 강력한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내년 초 금리 인하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금융안정·성장 및 물가 모든 측면에서 내년 2~3분기경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된 후 신임 총재 때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