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의 조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주파수 재할당이 임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월 초 공청회를 열고 내년 순차적으로 이용 기한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에 대한 재할당 세부 계획과 초안을 공개한다.
주파수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핵심 인프라다. 과기정통부가 이번에 재할당에 나선 주파수는 내년 6월과 12월 재할당 시점이 도래하는 주파수로 SK텔레콤 155메가헤르츠(㎒), KT 115㎒, LG유플러스 100㎒ 등 총 370㎒ 규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음 주 초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주파수 재할당 계획을 12월 첫째주쯤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SK텔레콤 “같은 주파수 동일 대가 적용해야”vsLG유플러스 “제도 일관성 유지해야”
과기정통부는 재할당 대상 주파수를 총 5개(A~E) 그룹으로 분류한다. 비슷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주파수끼리 묶은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60㎒, 40㎒를 보유한 C그룹인 2.6㎓ 대역이다.
SK텔레콤은 2016년 주파수 경매에서 2.6㎓ 대역 60㎒(40㎒ 9500억원, 20㎒ 3277억원)를 10년 기간으로 1조2777억원에 낙찰받았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013년 경매에서 2.6㎓ 대역 40㎒를 4788억원에 확보했다. 이후 2021년 재할당 과정에서 추가 할인(27.5%)까지 적용받았다.
LG유플러스가 할인을 적용받은 것은 정부가 2020년부터 시행 중인 재할당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정부는 과거 경매 가격을 바탕으로 기준 값을 설정한 뒤 통신사들이 5G(5세대 이동통신) 무선 기지국 12만개를 구축하면 주파수 값에 할인율 27.5%를 적용하기로 했다. 2021년 당시 LG유플러스가 해당 기준을 충족하며 할인율을 적용받은 것이다. 그 결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단가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SK텔레콤은 같은 주파수 도로를 쓰면서 통행료는 두 배 가까이 더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원칙이 유지되면 양사 간 가격 차이는 재할당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은 동일 대역은 동일 대가로 할당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LG유플러스는 정책 일관성을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6㎓ 대역에 대해 “같은 대역, 같은 그룹의 주파수임에도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의 두 배가 넘는 할당 대가를 내고 있다”며 “쇠퇴기인 LTE 주파수의 현재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전세 시세가 반토막 났는데 집주인이 10년 전 최고가 계약 당시의 금액으로 재계약을 강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논리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각 통신사가 보유한 주파수의 가격은 경매 당시 시장 상황과 대역 폭, 재할당 대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스로 판단하고 응찰한 경제적 가치이며, 이를 재할당 시점에서만 변경해 달라는 요구는 제도 일관성과 투자 안정성에 부합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 LTE 이용 가치 감소 주장 반영될까
사업자들의 관심은 재할당 대가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는 지다. 정부는 통상 과거 경매 낙찰가를 기준으로 주파수 특성과 대역 폭, 이용 기간, 용도, 수요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한다. 외부 상황이 주파수 대가에 얼마나 반영될 지가 관심이다. 이전에 주파수가 할당됐을 당시 시장은 LTE에서 5G로 넘어가는 5G 도입 초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5G가 상용화된 지 6년이 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LTE 가입자는 2021년 12월 4829만명에서 지난 9월 1928만명으로 60%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주파수 생애 주기에 따라 경제적 가치 감소분을 재할당 대가에 반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 5G 설비 구축 전제로 할인율 적용될까
과거 정부가 5G 무선 기지국 12만개를 구축하면 주파수 값에 할인율 27.5%를 반영한 것처럼 이번에는 5G SA(단독모드) 구축을 전제로 ‘할인 옵션’을 둘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KT만 5G SA 상용망을 구축한 상황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G NSA(Non-Stand alone) 기반으로 통신망을 운용하고 있다.
5G SA는 기지국과 코어망 모두 5G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송수신과 인증·제어 신호 처리가 모두 5G망에서 작동한다. 단말과 단말 사이 정보 전달이 매우 짧은 ‘초저지연’으로 반응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반면 NSA는 5G와 LTE를 혼합 사용하는 방식이다. 통신사들은 수익과 품질적인 측면에서 NSA 기술을 선택했지만, 5G를 넘어 6G(6세대 이동통신)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5G SA 상용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이달 6일 ‘AI 이동통신 인프라 고도화의 주요 쟁점’ 보고서에서 “현행 5G NSA 방식이 고착되고 인프라 고도화가 지연된다면, 5G 고유 서비스 발굴이 지연돼 국가 AI 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며 “5G SA 이동통신 인프라 및 서비스의 고도화를 촉진하고, 전략 산업으로서의 인프라 산업 진흥을 촉진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SA가 5G 상용화의 관문인 만큼 관련 할인 옵션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재할당 대가 산정의 기본 방법론을 유지하면서도 환경 변화를 얼마나 반영할지 공청회에서 폭넓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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