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자료사진. 지난 10월29일 미국 워싱턴디시 조지타운 쇼핑거리를 군사 경찰들이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군이 부당한 명령엔 불복종해야 한다고 촉구한 미국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역 행위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이 “사형에 처할 만한 선동 행위”를 했다며 규탄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그는 “우리나라를 배신한 이 반역자들은 모두 체포해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며 “그들의 말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면) 더이상 국가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 트럼프”라고 썼다. “조지 워싱턴이라면 교수형에 처할 텐데”라고 쓴 다른 이의 게시글도 공유했다. 이는 군·정보기관 복무 경험이 있는 민주당 의원 6명이 현역 군인들에게 ‘불법적인 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고 촉구하는 영상을 올린 데 대한 비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글을 올리거나 공유했는데 그 중 하나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사진이 담긴 워싱턴 이그재미너 기사를 올리고 “반역자들의 선동 행위! 잡아 가둬라. 대통령 트럼프”라고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한 영상에서 의원들은 구체적인 상황이나, 듣는 상대를 특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단속을 명목으로 군을 각 민주당 성향 도시에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영상이다. 시엔엔은 해당 영상에서 의원들은 “누구도 법이나 헌법을 위반하는 명령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여러분을 지지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 배를 포기하지 말라(Don’t give up the ship)”고 말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조차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발언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 역시 “정치적 반대자를 감옥에 보내거나 처형하겠다는 이야기는 옳지 않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해당 민주당 의원들은 국방 및 국가안보 경력을 내세워, 현역 군인들에게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해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며 “이런 메시지가 법적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산하 법무부는 해당 의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해당 영상에 출연한 6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내어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헌법을 지키려는 군인을 지지하는 것이 의무이자 권리”라고 밝혔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엘리사 슬롯킨 하원의원 (미시간주 )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추가 경호를 요청했다 . 제이슨 크로 하원의원은 시엔엔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모든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 그는 던진 말 중 일부를 실행하기도 한다 ”고 경고했다 .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것은 명백한 위협이며 공직자 처형 요 구 ”라며 의회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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