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붕괴 사고’ 수사 본격화...붕괴된 타워 기둥 들어내 조사

경찰, 고용노동부 등 18일 현장 감식
취약화 작업 적절성 등 초점

사상자 9명이 발생한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울산경찰청 전담수사팀은 18일 경기남부경찰청 중대재해전담 과학수사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 등 20여명과 함께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했다고 밝혔다.

하태헌 울산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감식 후 현장 브리핑에서 “외부로 노출된 철골 기둥 중 취약화 작업이 이뤄진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취약화 작업은 대형 구조물이 철거 때 쉽게 무너질 수 있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놓는 것이다.

감식팀에 따르면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 5호기를 받치고 있던 기둥 4개 중 1개만 일부가 노출된 상태였다. 감식팀은 중장비를 동원해 반쯤 매몰돼 있던 이 기둥을 들어낸 뒤 사전 취약화 작업 흔적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하 계장은 “현장 CCTV를 통해 확인한 붕괴가 시작된 기둥은 매몰된 상태라 외부로 노출된 다른 기둥에서 여러 군데 사각과 마름모로 잘려진 흔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취약화가 이미 끝났지만 붕괴하지 않은 보일러 타워 4호기와 붕괴한 5호기의 차이점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 11일 4, 6호기 발파에 앞서 4호기 타워 상태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해 남겨둔 상태다.

또 작업지시서 역할을 하는 ‘구조검토서’ 자료도 확보해 실제 작업이 지시대로 이뤄졌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하 계장은 “예로 10cm만 구멍을 뚫도록 돼 있는데 실제로는 20cm로 뚫리진 않았는지, 철판의 종류를 균일하게 사용했는지 등 모든 요소를 꼼꼼히 확인할 예정”이라며 “다만 붕괴 충격으로 철판과 철골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어 정확한 치수 측정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식 시 추가 붕괴 우려에 대해선 “접근이 위험한 구간은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부분에서만 감식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추가 감식에 필요한 철거작업은 약 1달간 소요될 전망이다.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도 조만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현장 안전책임자와 작업 지시자 등 핵심 관계자 중 일부는 매몰자 수색 작업이 완료되면서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추가 소환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합동 감식 결과, 관련자 진술, 공사 관련 서류 등을 종합해 사고 원인과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해체 공사의 발주처인 동서발전, 시공사인 HJ중공업, 하도급업체인 코리아카코 등 공사 관련 모든 당사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오후 2시 2분쯤 울산화력발전소에서는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져 9명이 매몰됐다. 2명은 살아서 구조됐으나 7명은 숨졌다.

[울산=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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