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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세상] 대통령 대낮 성추행… 멕시코 치안의 민낯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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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세상] 대통령 대낮 성추행… 멕시코 치안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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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국가 지도자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대낮에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카메라에 포착된 당시 범행 장면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총체적 경호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수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을 나와 걸어서 교육부 청사로 향하던 셰인바움 뒤로 술 취한 남성이 접근해 몸을 밀착하고 추행했다. 아찔한 상황이지만 강하게 제지하려는 경호 인력은 없었다. 셰인바움은 놀란 표정을 짓고서는 “걱정 말라”며 주변을 안심시켰다. 평소 시민과의 대면 소통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셰인바움은 이날도 차량으로 20분 걸리는 거리를 5분 만에 걸어서 이동할 수 있어 도보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셰인바움은 5일 “내가 범죄를 신고하지 않으면 멕시코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 숙고했다”며 고소 사실을 밝혔다. 다만 “우리는 국민과 가까워야 한다”며 시민들과의 대면 소통을 줄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용의자는 사건 당일 저녁 체포돼 구금됐는데, 범행 당일 또 다른 성추행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이 견디기 쉽지 않은 멕시코 특유의 사회 분위기가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멕시코는 ‘마초의 나라’로 불릴 만큼 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뿌리 깊은 만큼 지난해 셰인바움의 당선 자체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멕시코의 치안 상황과 사회 풍토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통령마저 대낮에 성추행을 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시 여성인 클라라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성명을 내고 “우리 중 한 명에게 손을 대는 건 모두에게 손을 대는 것”이라며 범행을 비난했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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