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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출신지·학력 다 가짜... 예일대 퇴학당한 중국계 학생

조선일보 정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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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출신지·학력 다 가짜... 예일대 퇴학당한 중국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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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신분으로 입학한 중국계 미국인 여학생이 예일대학교에서 퇴학당했다./에어메일

가짜 신분으로 입학한 중국계 미국인 여학생이 예일대학교에서 퇴학당했다./에어메일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예일대학교에 허위 신분으로 합격한 여학생이 입학 직후 부정 사실이 드러나 퇴학 조치됐다. 중국계 미국인인 이 학생은 입학을 위해 이름과 출신지, 가족사, 학력·성적까지 전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예일대 캠퍼스에서 ‘캐서린 린(Katharine Lyn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학생은 예일대 입학을 위해 자신의 신원 전반을 새로 꾸며냈다. 이름과 고향, 가족사는 물론 성적표와 개인 이력 등 제출 서류까지 모두 위조했다.

린은 자신이 미국 노스다코타주 소도시 티오가(Tioga) 출신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캘리포니아 북부 베이 지역의 중국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중국식 이름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 뒤, 이를 피하고 엘리트 대학 입시에 유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서구식 정체성’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애덤 응우옌 전 콜롬비아대 입학 자문가는 “그녀는 백인처럼 보이는 이름을 가진 노스다코타 시골 출신 학생으로 자신을 꾸며냈다”며 “입학 심사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위조된 서류나 추천서가 걸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린은 수년간 아이비리그 입학 시스템을 연구하고, 관련 팟캐스트를 청취하며 학교에 제출할 서류를 정교하게 조작했다. 그는 “어도비(Adobe)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배워 성적표와 재정 서류를 위조했다”며 “추천서도 직접 썼고, 대학의 보안 절차를 우회할 방법도 고안했다”고 말했다.

린이 신분 조작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재학 중반부터였다. 그는 법적으로 이름을 바꾼 뒤 실제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티오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학교에는 그의 이름이 등록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2025학년도 예일대 입학 허가를 받았다. 지난 8월 완전히 새로 꾸민 신분으로 캠퍼스에 도착했으며, 기숙사 문 앞에는 ‘캐서린 린 - 티오가, 노스다코타’라는 명패까지 붙어 있었다.

하지만 거짓말은 몇 주 만에 밝혀졌다. 같은 방을 쓰던 룸메이트가 그의 이야기에 수상한 점을 느꼈고, 가방에 캘리포니아 주소와 다른 이름이 적힌 태그를 보고 의심을 키웠다. 룸메이트는 린의 지갑을 뒤져 그의 신분증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린의 실명과 캘리포니아 주소가 적혀 있었다.

결국 룸메이트가 학교 측에 신고하면서 예일대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며칠 뒤 린은 학장실로 소환돼 입학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는 대학 관계자와 경찰의 동행 아래 기숙사로 돌아가 짐을 정리한 뒤, 당일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돌아갔다.


예일대 대변인 폴 맥킨리는 “예일은 수천 건의 입학 지원서를 받으며 지원자의 정직성을 신뢰한다”며 “허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입학은 즉시 취소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린은 “이름을 바꾸고 새로 시작할 것”이라며 “조금 화가 난다. 그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대학 입시 과정에서의 허위 지원 가능성과 검증 절차 미비, 나아가 외국 세력의 개입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이민연구센터는 “한 학생이 이런 사기를 저지를 수 있다면, 테러리스트나 중국 정부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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