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이치, ‘금녀의 땅’ 스모장에 이달 시상자로 설 수 있을지 관심
과거 여성 장관 등 참석 밝혔지만 스모협회의 거부로 번번이 무산
과거 여성 장관 등 참석 밝혔지만 스모협회의 거부로 번번이 무산
일본에선 총리보다 스모가 뚫기 어려운 유리 천장일까. 일본 헌정 사상 140년 만의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금녀(禁女)의 땅’으로 알려진 스모 경기장에 시상자로 오를 수 있을지 일본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은 일본스모협회에 ‘다카이치 총리가 이달 말 총리배(杯) 스모 대회 시상식 때 시상자로 설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일이 우리들의 사명’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아무리 총리라도 여성인 이상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는 우리나라의 씨름과 비슷한 경기로, 두 리키시(力士)가 원형 경기장에서 상대방을 쓰러뜨리거나 밖으로 밀어내는 시합이다. 이 원형 경기장을 둘러싼, 한 변이 약 6.7m인 정사각형이 바로 금녀의 땅 ‘도효’(土俵)다.
로이터 연합뉴스일본의 전통 씨름인 ‘스모’ 경기장인 사각형 씨름판 ‘도효’에 여성인 다카이치 총리가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그랜드 스모 토너먼트. |
3일 아사히신문은 일본스모협회에 ‘다카이치 총리가 이달 말 총리배(杯) 스모 대회 시상식 때 시상자로 설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일이 우리들의 사명’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아무리 총리라도 여성인 이상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는 우리나라의 씨름과 비슷한 경기로, 두 리키시(力士)가 원형 경기장에서 상대방을 쓰러뜨리거나 밖으로 밀어내는 시합이다. 이 원형 경기장을 둘러싼, 한 변이 약 6.7m인 정사각형이 바로 금녀의 땅 ‘도효’(土俵)다.
일본스모협회는 연간 6번에 걸쳐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에서 공식 프로 스모 대회인 ‘혼바쇼’(本場所)를 연다. 이달 10일~23일엔 규슈바쇼가 열리고, 마지막 날엔 우승자에게 최고 영예 상인 ‘내각총리대신배(杯)’를 수여한다. 총리가 주는 상이지만, 관방장관 등 고위 관료가 주로 대참해왔다.
신임 총리가 시상자로 나서준다면 협회로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여성 총리라서 문제가 복잡해진 것이다. 일본 전통 종교인 신토(神道)의 제의(祭儀)로 시작된 스모는 도효를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신을 맞는 제단이라고 여긴다. 신이 머무는 곳에 여성이 오르면 안 된다는 과거 원칙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지금은 여성의 스모 관람도 가능하고 요즘엔 여자 스모도 생겼지만, 최고의 스모 프로 대회인 ‘오즈모(大相撲)’의 도효만큼은 금녀의 땅으로 남겨져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여성 정치인들도 도효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1989년 일본 첫 여성 관방장관(내각 서열 2위)인 모리야마 마유미가 ‘총리를 대신해 시상자로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스모협회의 거부로 무산됐다. 2018년 나카가와 도모코 전 효고현 다카라즈카 시장도, 순회 행사에 참석해 ‘도효 위에서 인사하겠다’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스모협회는 당시 “도효 밖에서 해달라. 그게 싫다면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심지어 2018년 도효에서 인사말을 하던 남성 정치인이 갑자기 쓰러져 관객석의 간호사들이 뛰어올라 응급처치를 했는데, 스모협회 측이 장내 방송으로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달라”고 요구한 일도 있었다.
일본 여성들이 결코 뚫지 못한 ‘스모 유리 천장’을 다카이치는 뚫을 수 있을까. 일본 내에선 다카이치가 논란을 일으키기보다, 남성 관료를 대참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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