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 심신미약 인정 주요 쟁점
사건별로 유무죄 갈려...장애인 보호 필요
사건별로 유무죄 갈려...장애인 보호 필요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심신미약 감경을 적용하는 사례를 노려 지적장애인까지 보이스피싱 범죄에 끌어들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형철)는 3일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0대)씨의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8월14일 중국, 캄보디아에 범죄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 명의로 개설한 법인계좌를 제공하며 피해금 입금을 돕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이스피싱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형철)는 3일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0대)씨의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8월14일 중국, 캄보디아에 범죄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 명의로 개설한 법인계좌를 제공하며 피해금 입금을 돕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의 고수익 코인 투자 사기에 넘어간 피해자는 A씨 계좌 등 총 9차례에 걸쳐 8500만원을 조직의 지시에 따라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수차례의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부사관 출신인 A씨는 불의의 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2017년 지적장애 3급을 진단받았다.
A씨는 2015년부터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으며, 장애 판정 이후에도 두 차례의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A씨는 구직을 하다가 또다시 범행에 발을 들이게 됐다.
출소 후 수중에 돈이 없던 A씨는 수소문 끝에 한 구인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A씨에게 범죄자여도 취업이 가능하다고 했고, 대신 문신 여부 확인을 위한 신체 사진을 요구했다.
실상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었던 구인자는 A씨가 사진을 보내자 협박범으로 돌변했다. 그는 A씨에게 사진과 동영상 유출을 빌미로 1000만원을 내놓거나 통장을 달라고 협박했다.
이후에도 조직원은 A씨와 메신저 대화를 나누며 욕설하고 노예 계약을 강요하거나 징역 등의 이야기를 꺼내며 위해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씨에게 해외로 건너올 것을 지시, 현지에서 폭행과 성고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강압적인 조직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식하거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무죄 판결을 요청했다.
배심원단 7명은 모두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으며, 양형과 관련해서는 징역 8개월이 가장 많았으며 징역 7개월, 6개월 등의 의견을 냈다.
재판부 역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진술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피고인은 조직에 건넨 계좌의 통장이 범행에 사용된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형법상 행위에 대한 책임 면제는 엄격하게 규정돼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이 같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대전의 한 길거리에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은 피해자 B씨로부터 현금 1300만원을 전달받아 보이스피싱 일당의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지적장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인이 된 후 별다른 사회생활을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피고인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런 사건에서 쟁점은 ▲본인의 범행 인지 여부와 ▲행위에 대한 강요성 성립 등이 된다. 지적장애인의 보이스피싱 가담은 사안별로 판단이 달라지므로,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와 법원의 해석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