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에스(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갈무리. |
최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제안한 ‘새벽 0~5시 배송제한’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3일 시비에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면으로 맞붙었다. 두 정치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차례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전장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온 셈이다.
한 전 대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내세워 택배노조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 전 대표는 “과로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문제다. 새벽배송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며 “새벽배송 기사들이 강요에 의해서 야간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간에 근무하는 분들이 생체 리듬에 따라 감수하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격하게 주간과 차이 나느냐, 그런 식의 통계가 나온 것도 있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이 새벽배송 노동자의 과로 위험이 높다는 주장을 펼치자 관련 ‘통계가 있느냐’란 식의 반박이다. 장 전 의원은 지난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서 야간고정 배송기사로 주 63시간 일하다 심근경색으로 숨진 고 정슬기씨의 사례를 언급하며 “(택배노조의 요구는) 고강도 장시간 심야노동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는 합리적인 안”이라며 “지금 쿠팡에서 야간배송을 하는 분들은 상시적 과로사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 언급과 달리 야간노동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의학적으로 일치감치 증명된 사실이다. 한 예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2년 야간노동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분류한 바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취약근로자(야간노동자) 보호 및 기업의 안전보건 투자 촉진을 위한 연구’에서도 야간·교대·장시간근무를 하는 집단은 이를 하지 않는 집단보다 육체적 건강문제가 발생할 위험은 1.237~2.292배 높고, 정신적 건강문제는 1.152~1.904배 높다는 내용이 소개된 바 있다. 특히 야간·교대·장시간 근무 중 한 가지만 하는 경우보다 두 가지 이상 근무 형태를 중복으로 할 경우 건강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배송 기사들의 노동 형태가 바로 이러하다.
한 전 대표는 새벽배송 제한 제안의 발화자가 ‘민주노총 택배노조’라는 점을 들어, 이같은 제안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논지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택배노조 조합원 상당수는 주간택배를 담당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어떤 이해당사자로서 견제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조직되지 않은’ ‘알바’라고 언급하며, 0~5시 배송제한이 이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이날 “심야시간 노동이 규제되어야한다는 전국택배노조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이 조직에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돼있다.
한 전 대표는 “노동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새벽근무는 줄어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새벽배송 금지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뿐, 다른 대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장 전 의원은 토론 말미에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국민의힘에서 참여할 것을 요청드리고 싶다”며 “이 안이 최선의 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안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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