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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로, 변수는 가능성으로···‘2023 LG’ 복기하며 더 강해졌다[LG 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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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로, 변수는 가능성으로···‘2023 LG’ 복기하며 더 강해졌다[LG 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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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1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확정 지은 LG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1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확정 지은 LG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29년이 걸렸다. 2023년 ‘무적LG’를 소환한 염경엽 감독은 2년 만에 우승 반지를 되찾았다. V4, 그 중 두 번의 통합우승을 염 감독이 일궈냈다.

LG는 ‘절대 1강’이 아니었다. 시즌 내내 한화와 자웅을 겨뤘다. 6월 한화에 1위를 빼앗긴 뒤 5.5경기까지 뒤처지기도 했다. 정규시즌 막바지에는 3연패에 빠져 자력으로 우승 매직넘버를 지우지 못했다. 한화와 1위 결정 타이브레이커를 치를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와서야 간신히 한국시리즈(KS) 직행 티켓을 따냈다.

‘우승 당했다’. 정규시즌 종료 후 LG에 붙은 꼬리표다. 자력 우승에 실패한 데에 따른 조롱이었다.

정규시즌 막바지 LG에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 10경기에서 4승 6패에 그쳤다. 특히 마운드가 흔들리며 이 기간 평균자책이 5.38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했다. 결과론이 아니다. LG는 시즌 중 수 번의 위기를 넘기며 알맹이를 단단하게 다져 왔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부진해지자 곧바로 앤더스 톨허스트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부동의 리드오프 홍창기가 인대 수술로 빠지자마자 신민재를 새로운 1번 타자로 탈바꿈시켰다. 포스트시즌 직전의 일시적인 부진을 상쇄하고 1위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이겨 뒀다.

염 감독은 실패를 실패로 끝내지 않았다. 2024년의 플레이오프(PO) 탈락도, 올해 정규시즌 1위를 빼앗기며 겪은 고비도 KS 왕좌 탈환을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했다.


염 감독은 ‘메모 중독자’다. 2023년 KS를 5차전까지 치르며 빼곡하게 오답 노트를 적었다. 수비 실책부터 불펜 운용 오판까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과거의 기록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LG의 주전 야수 8명은 염 감독 재임 3년간 바뀌지 않았다. 다만 주전의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백업 전력이 올해는 훨씬 두꺼워졌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혹독한 마무리 캠프를 거쳐 젊은 선수들을 육성한 덕분이다.

LG 트윈스 선수들이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한화 이글스와의 5차전에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LG 트윈스 선수들이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한화 이글스와의 5차전에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LG는 정규시즌 종료 후 KS 대비 훈련에서도 ‘플랜 B’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내야수 천성호가 좌익수 수비를 봤다. 빠듯한 점수 차이에서 1점을 추가하기 위해 초구에 번트를 대는 연습을 했다.

2년 만에 다시 밟은 KS 무대, LG는 치명적인 변수에도 굴하지 않았다. 문성주의 부상으로 인해 5차전 내내 선발 출전한 구본혁은 3루를 든든하게 지켰다. 5차전에는 5타수 3안타로 타선을 책임졌다. 천성호는 외야에서 슈퍼 캐치를 선보였다. 홈런 타자 박동원은 완벽한 번트로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주장 박해민은 3차전 전 “지금 구본혁이 3루수로, 문보경이 1루수로 들어가 있지만 (주 포지션이 아니라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라며 “LG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LG는 31일 KS 5차전 승리로 대전에서 통합우승의 축포를 터트렸다. 2년 만에 우승을 탈환한 건 KBO 사상 6번째이자 2010년 SK(현 SSG) 이후 15년 만이다. LG는 2년 전의 LG를 복기하며 성장했고, ‘왕좌’를 구축할 만한 강한 팀이 됐다. LG가 이룬 LG의 승리다.

대전 |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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