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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부터 비행기까지…트럼프 향한 선물 외교 “모두의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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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부터 비행기까지…트럼프 향한 선물 외교 “모두의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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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일랜드의 총리 미할 마틴(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에게 아일랜드의 국화이기도 한 토끼풀을 선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일랜드의 총리 미할 마틴(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에게 아일랜드의 국화이기도 한 토끼풀을 선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황금 왕관’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공들인 ‘선물 외교’에도 눈길이 쏠린다.



시엔엔 방송은 30일(현지시각) 모든 것을 가진 미국 대통령에게 무엇을 선물하느냐는 수수께끼는 늘 외국 정상에게 숙제였지만 트럼프가 백악관 주인이 된 지금보다 더한 때는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취임 뒤 각국으로부터 받은 선물들을 갈무리해 전했다. 대체로 트럼프의 취향을 고려해 금빛이거나 골프와 관련한 선물, 트럼프 칭송을 담은 선물들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월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황금 삐삐의 모습. 시엔엔 홈페이지 갈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월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황금 삐삐의 모습. 시엔엔 홈페이지 갈무


트럼프가 취임 뒤 외국 정상한테서 가장 먼저 받은 선물은 ‘황금 삐삐’였다. 지난 2월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건넨 것으로, 지난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요원들을 제거하기 위해 폭발물을 장착했던 것과 같은 기기였다. 황금 삐삐 거치대의 황금색 판에는 “최고의 친구이자 최고의 동맹 도널드 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라고 적었다.



트럼프의 ‘황금 사랑’에 착안한 두번째 선물은 사흘 뒤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건넸다. 당시 트럼프와 첫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 이시바 전 총리는 자신의 고향인 이시바현에서 제작된 황금빛 사무라이 투구를 준비했다. 교도통신은 가로 57cm, 높이 81cm인 이 투구 제작비는 16만8천엔(약 1100달러)이라고 전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2월7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사무라이 투구의 모습. 교도통신 홈페이지 갈무리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2월7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사무라이 투구의 모습. 교도통신 홈페이지 갈무리


시엔엔이 전한 또 다른 황금 선물은 이 대통령이 건넨 신라 천마총 금관 복제품이었다. 이 대통령은 8월 말 백악관 방문에 금빛 거북선 모형과 특수 제작된 골프 퍼터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지금껏 외국 정상에게 받아 가장 논란이 된 선물은 카타르 왕실이 제공한 4억달러짜리 초호화 비행기(보잉747)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사용될 예정인데 미국 내에서는 선물의 범주를 넘어선 “뇌물”이라며 비난이 쏟아졌다. 이 비행기는 미 공군이 인수해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는데, 미국 언론은 대통령 전용기로 개조하는 데에만 4억~10억달러가량 들 것으로 추산했다. 유례없이 비싼 이 선물을 주며 카타르 쪽은 “조건없는”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15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 활주로에 주기 중인 카타르 보잉 747 항공기의 모습. 팜비치/AFP 연합뉴스

지난 2월15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 활주로에 주기 중인 카타르 보잉 747 항공기의 모습. 팜비치/AFP 연합뉴스


트럼프가 받은 선물 중 가장 예측 가능했던 건 성 패트릭의 날(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인 3월14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들고 온 토끼풀이었다.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처음 전파한 수호성인 패트릭(386~461년)을 기리는 이날 아일랜드 지도자들의 백악관 방문은 양국 간 오랜 전통으로, 이때마다 선물은 아일랜드의 국화인 토끼풀이었다.



골프광으로 유명한 트럼프 맞춤형 선물도 자주 등장했다.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간 트럼프에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트럼프와 각별한 우정을 나눴다고 알려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생전 사용했던 퍼터와 황금 골프공을 선물했다.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담긴 골프백도 준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생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와 황금 공 선물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생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와 황금 공 선물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월18일 두번째 백악관 방문 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군인의 골프채를 가져갔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5월 트럼프와 정상회담에서 이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카나나스키스 골프장의 모자와 골프용품,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캐나다 군인 간 골프 경기 사진을 건넸다. 같은 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남아공 프로 골프 선수 둘을 대동하고 백악관을 방문해 남아공의 골프장들에 대한 책을 건넸다. 선물이 무색하게 그는 트럼프로부터 ‘남아공 백인들이 집단 학살을 당한다’는 가짜 뉴스를 근거로 거센 공격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2기 들어 최소 8개국이 트럼프에게 골프채를 선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2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내줬다는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은 8월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계기에 두 정상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는 모든 것에 대해 옳았다!’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나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2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내줬다는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은 8월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계기에 두 정상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는 모든 것에 대해 옳았다!’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나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트럼프에게 트럼프 초상화를 보냈다. 하나는 트럼프가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에서 대선 선거유세 중 피격된 뒤 오른쪽 주먹을 치켜 보이던 모습을 그렸다. 다른 하나는 알래스카 정상회담에 앞서 두 정상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담았다. 트럼프는 두번째 초상화의 경우 푸틴이 더 잘 나왔다면서 자신이 사인을 해 다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개인사를 연결고리로 다가선 정상들도 있다. 6월 백악관을 처음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에게 독일 태생인 할아버지의 출생증명서 사본을 액자에 넣어 가져왔다. 그러면서 조상의 땅에 방문해달라고 초청했다. 7월 말 스코틀랜드 방문에서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출신인 어머니 메리앤에 대한 세부 정보가 포함된 1921년 인구조사 기록을 받았다. 또 스코틀랜드의 초대 총리 존 스위니로부터 1853년 외증조부 내외의 결혼 기록을 받았다.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는 정상들도 다수다. 이달 중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금색 액자에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서를 넣어 백악관에 가져왔고, 4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패키지 챙겨갔다.



독특함으로 관심을 끌었던 선물 중에는 2월 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첫 백악관 방문 때 가져간 우크라이나 권투 선수 올렉산드르 우식이 지난해 받은 세계복싱챔피언십 벨트가 있다. 화려한 금색 벨트는 두 정상이 공개 설전을 벌이는 동안 한쪽 협탁 위에 놓여 있었고, 회담 뒤 선물의 행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 연방법은 대통령과 행정부 구성원들이 외국 지도자들로부터 48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았을 때는 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선물들은 미국 국민의 재산으로 간주되나 선물을 받은 이들은 시장가에 이들 선물을 살 수 있다. 미국 대통령들이 받은 선물은 대체로 정부에 귀속돼 이후 대통령 도서관 등에 전시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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