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때는 몸의 피로도를 고려해 선발에서 제외돼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할 여유가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모든 주전 선수들이 거의 매일 경기에 나가야 한다. 타자로만 이 일정을 소화해도 체력적으로 버티기 쉽지 않다. 그런데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로 모두 나가고 있다. 제아무리 오타니라고 해도 체력적으로 멀쩡하기는 불가능한 살인적인 일정이다.
오타니는 31일(한국시간)까지 팀이 치른 15경기에 모두 선발 리드오프로 나갔다. 경기마다 기복은 있지만 15경기에서 타율 0.250, 출루율 0.392, 장타율 0.717, 8홈런,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09의 대활약을 하고 있다. 타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화끈한 장타로 모든 것을 만회하고 있다. 여기에 투수로도 세 차례 선발 등판해 18이닝을 던져 2승1패 평균자책점 3.50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제 월드시리즈 일정도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오타니의 체력은 방전 수준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수준이다. 특히 3차전에서 6시간 39분, 연장 18회 승부를 벌인 것이 컸다. 당초 4차전 선발로 예정되어 있었던 오타니는 3차전을 모두 뛰고 몇 시간 잠도 못 잔 채 4차전 선발로 그대로 등판해야 했다. 그리고 93구를 던졌다.
그런데 오타니는 팀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우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당초 다저스는 오타니가 월드시리즈에서 한 번만 등판하는 일정을 짰다. 시리즈 앞쪽에 배치할 수도 있었지만 4차전 선발로 낸 이유였다. 4차전 선발은 보통 시리즈를 통틀어 한 번만 선발 등판한다. 오타니의 체력을 아끼기 위한 방편이었다. 선발 등판을 딱 한 번만 준비하면 되기에 신경이 분산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다저스의 계획대로라면 오타니는 4차전 선발 등판 이후 이제 투수로서의 임무는 잊고 타자만 전념하면 됐다. 그러나 다저스가 토론토와 월드시리즈에서 4·5차전을 모두 지며 2승3패의 벼랑에 몰리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무조건 총력전’을 선언했고, 오타니 또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선발 등판은 어려워도 불펜 출격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룰이 한 가지 걸림돌이다. 다저스가 오타니를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오타니의 몸도 정상이어야 하지만,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 오타니를 적시에 투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메이저리그가 2022년 개정한 룰에 따르면 ‘투·타 겸업 선수’로 지정된 선수는 선발 투수로 뛴 뒤 강판되더라도 타자로는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다. 오타니가 투수로는 교체된 이후에도 타자로 계속 경기에 남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규정이다.
그런데 이는 선발 투수에만 해당된다. 불펜 투수는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오타니가 승부처인 7회에 투입됐다고 치고, 8회 다른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고 가정하면 오타니는 교체되는 순간 타석의 라인업에서도 빠져야 한다. 8·9회 중요한 타석에서 오타니를 쓸 수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저스도 득·실을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오타니는 팀을 위해서라면 불펜이나 심지어 외야수도 나갈 수도 있다며 여러 차례 헌신 의지를 밝혔다. 사실 피로도 때문에 타석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하면 다저스가 오타니를 무리하게 굴릴 이유가 없다. 선수의 뜻을 따를 것이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선수가 익숙하지 않은 보직에서도 팀을 위해 뛰겠다고 나섰다. 7억 달러 가격표의 귀한 몸이지만, 오타니는 이기적인 면이 전혀 없다. 오타니의 투지가 다저스를 깨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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