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의 상황을 보면 이 말이 절로 떠오른다. 정치적 공방에 휘말린 방송 정책 논의를 바로잡겠다며 여당(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했지만, 야당(국민의힘)이 상임위원 추천을 거부하면서 오히려 방송 정책 운영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개편의 필요성 자체는 분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통위원장과 여당 추천 상임위원 2명이 단독으로 의결을 이어가며 사실상 ‘2인 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2인 의결이 가능했던 배경엔 방통위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전체 상임위원 5명 중 3명을 정부·여권이 임명할 수 있다. 따라서 여당만으로도 회의를 열고 의결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러한 한계가 드러난 이상 새 정부가 상임위원 2명을 추천해 ‘5인 완전체’로 꾸린다 해도 정상 운영은 어렵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그리고 분명 이번 개편을 통해 여권의 ‘2인 단독 의결’은 막을 수 있게 됐다. 회의를 열기 위한 최소 인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리고 의결도 출석 위원의 과반 찬성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법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했기에 굳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명분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 위원장을 무리 없이 물러나게 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이번 개편이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는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이미 방미통위 인선 과정에서부터 정치적 논란이 반복될 조짐은 뚜렷하다. 위원장으로는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 전무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A씨가, 여당 몫 상임위원과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방미심위) 위원장으로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런 구성이 현실화된다면 ‘공영방송 위원회’ 혹은 ‘제2의 방통위’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공영방송과 유료방송 논의를 분리시키는 근본 과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개편 이후 방송의 규제와 진흥, 공영과 상업 부문이 모두 ‘방미통위’라는 하나의 틀 안에 묶이면서 이를 균형 있게 이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수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개편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대통령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방미통위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진숙 전 위원장이 방미통위 설치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헌법소원이나 효력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여당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방미통위 출범의 명분과 실효성을 입증하는 일이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하고, 방송 산업의 성장과 공공성을 함께 이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위원 구성, 그리고 여야 간 합의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