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공개한 ‘나락보관소’…“공론화 취지지만 반성”

이데일리 정윤지
원문보기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공개한 ‘나락보관소’…“공론화 취지지만 반성”

속보
이 대통령 "대전·충남 통합 물꼬...지선서 통합단체장 뽑아야"
檢 “밀양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무고한 이도 피해”
‘혐의 인정’ 김씨 측 “공론화하려던 마음, 피해자들과 합의”
재판부, “미온적 선고가 사적제재 낳아” 지적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2004년 발생한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나락보관소’가 첫 재판에서 “사건을 공론화하려던 마음이었지만 사적제재가 잘못됐다는 것을 반성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지난해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공개를 주도했던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화면. (사진=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공개를 주도했던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화면. (사진=유튜브 갈무리)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부장판사 김주석)은 29일 오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첫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김씨가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운영자로서 2024년 6월 다수 영상을 올리고 밀양 성폭행 가해자들의 개명 전후 이름과 얼굴 사진, 현재 직업 등을 공개하며 이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일부 피해자들은 밀양 성폭행 사건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지 않았지만 김씨는 비방 목적으로 거짓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씨 측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피해자들과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김씨 측 변호인인 박정서 변호사(법률사무소 도약)는 “수시기관 정식 입건 전부터 피고인은 잘못을 뉘우치고 자수서를 내고 자발적으로 수사해 반성했다”며 “피고인은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 고통을 위로하고자 노력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또 사건 공론화를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데일리에 “공론화시키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하게 됐지만 사적 제재가 잘못됐던 것을 지금은 피고인이 잘 이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과거 성폭행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미온적인 선고가 또 다른 사적제재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 피고인이 열정을 갖고 했던 사건은 비록 그릇된 것이긴 했지만 밀양 사건을 계기로 성폭행 사건에 대해 법원이나 법 자체가 미온적이었던 부분이 있고 그 이후에 제도 개선이 많이 된 것으로 안다”며 “제도 자체도 미비한 게 있어서 그런 형사처벌을 거의 받지 않는 상황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점들도 양형에 있어서 고려할 사유가 되리라 생각한다”며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합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를 운영한 김씨는 2004년 발생한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얼굴과 이름, 현재 직업 등 신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초기 4만명대던 구독자는 4일 만에 5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을 가해자의 연인 등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또 성폭행 피해자로부터 가해자 신상 공개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고도 주장했으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들은 줄줄이 징역형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나락보관소의 영상을 재가공해 유튜브 채널에 올린 최모(56)씨는 징역 8년에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씨 사건을 선고한 재판부는 “이런 행위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사법 체계와 형벌 제도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유튜브 ‘전투토끼’ 채널 운영자는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당시 고교생 등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을 유인해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44명 중 일부만 보호처분을 받고 형사처벌을 받은 이는 1명도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