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올해 국정감사의 스포트라이트는 ‘심판’에게 향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 최대 이슈는 K리그 오심 논란이었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증인석에 섰다. 대한민국 국정감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판 관련 질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실에서 준비했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증인석에 섰다. 대한민국 국정감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판 관련 질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실에서 준비했다.
김 의원실의 질의 취지와 방향은 매우 타당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 교육 예산 한국프로축구연맹의 VAR 운영 예산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주최 단체지원금으로 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수 의원실 비서관들은 약 한 달간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비롯해 여러 관계기관을 상대로 심도 있는 자료조사를 진행했다.
심판 배정 구조, 운영 예산, 감독 시스템 등 세부 항목까지 파고들며 이번 국정감사를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만큼 이번 질의는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었다. 끊이지 않는 판정 논란 속에서, 팬들의 불신에 응답하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운영 투명성을 점검하려는 시도였다.
본질적으로 몸싸움을 허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경기 중 수없이 발생하는 접촉 상황마다 ‘파울이냐 아니냐’는 결국 주심의 해석에 달려 있다.
야구의 자동 볼·스트라이크(ABS) 시스템이나 체크스윙 판정, 배구의 인·아웃처럼 명확한 기준이 축구에도 존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만큼 축구는 주심의 판정하나가 경기 결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만큼 K리그 심판 판정이 도마 위에 오른 적도 드물다. 그만큼 시즌 내내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공정성과 일관성에 대한 팬들의 불신은 깊어졌다.
답답함을 느낀 축구 팬들은 자연스레 국정감사장에서 김승수 의원의 날카로운 질의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질문은 기대만큼 날카롭지 않았다. 시간도 11분으로 매우 짧았다.
약 3주간의 준비 기간 동안 의원실이 많은 자료를 검토했음에도, 심판위원회의 복잡한 구조와 운영 시스템을 비전문가가 완전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결국 질의는 표면적인 문제 제기에 머물렀고, 팬들이 기대한 ‘명쾌한 진단’까지는 닿지 못했다.
김승수 의원(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 “올해 K리그 오심 건수가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8건이던 오심이 2025년에는 79건으로 급증했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전년도까지는 오심에 대해 공식적으로 ‘오심’이라 규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임 심판위원회는 판정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고, 심판 본인조차 판정의 옳고 그름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내부 혼선과 불신이 누적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저는 오심과 정심을 또렷하게 구분하고 싶었다"
문 위원장은 올해 4월 재임 직후 ‘오심·정심 공개 시스템’을 도입하며 투명성을 강화했다.
판정 결과가 대중에게 공개되자, 이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오심 사례가 통계에 포함되면서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문 위원장은 오심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변화를 시도했다. 첫째 심판 교육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했다.
K리그 심판들은 물론 K3·K4리그 심판들까지 문 위원장 부임 이후 2주에 한 번꼴로 비대면(줌) 교육을 받았으며, 정기적인 집합 교육도 병행됐다.
한 현역 심판은 “작년보다 교육 횟수가 체감적으로 훨씬 늘었다. 그만큼 심판들 사이에서도 오심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이 확실히 생겼다”고 전했다.
둘째, 문 위원장은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즌 중 VAR PA(판독 설명 방송)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인물이다.
K리그 고위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산 문제와 경기장별 기술적 제약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려웠다”면서 “그럼에도 팬들의 신뢰를 위해 VAR PA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문 위원장과 연맹의 공통된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 위원장이 빠른 실행력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심판들을 교육했기 때문에 시즌 도중 도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VAR PA 시행 시, 현장 주심이 무선 마이크를 통해 판독 결과를 관중에게 직접 공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K리그는 경기장 인프라 문제로 주심이 무선 마이크를 착용할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다른 리그와 달리, 주심이 대기심 근처까지 이동해 손에 든 마이크로 판독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로 현재 K리그에서는 FIFA가 제시한 세 가지 장면 중 ‘VAR-Only Review’나 ‘VAR Check’를 진행할 수 없다.
결국 주심이 직접 화면을 확인하러 오는 ‘온필드 리뷰(OFR)’ 상황에서만 판독 결과가 설명된다.
경기 중 몇몇 장면에서 팬들과 구단에서 판독 결과를 궁금해하더라도, 주심이 별도의 설명 없이 시그널만 보낸 뒤 경기를 재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실 시즌 중 완벽하지 않은 시스템과 갑작스러운 도입에 일부 프로 심판들은 반발심을 보이기도 했다.그럼에도 문 위원장은 VAR PA 도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주심의 판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오심 통계 증가에 대한 질타 이후, 김승수 의원은 “한 여성 심판 A가 K3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K2리그에 투입된 것은 승급 절차를 무시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심판이라면 누구나 K리그 경기에서 활동할 수 있다.
심판위원회 정관에도 나와있듯이 ‘심판 승강제’는 심판의 양성과 육성을 위한 내부 운영 절차일 뿐, 특정 리그 출전을 제한하는 절대 규정은 아니다.
FIFA 규정상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국의 최상위 리그 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특히 여자월드컵은 세계 축구의 최고 레벨 대회 중 하나다. 여성 심판이라 하더라도 남자 프로 경기에서 충분한 체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정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
당시 A 심판은 이미 AFC와 FIFA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2023 호주 & 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출전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문 위원장은 K리그 배정을 통해 “A심판이 남자 리그에서도 충분히 운영 능력을 있으니 여자 월드컵경기는 충분히 소화가능하다”는 점을 FIFA에 어필했다.
더군다나 A 심판은 투입된 K리그 경기에서 뚜렷한 오심이나 논란성 판정을 남기지 않았다.
당시 타국의 여성 심판 대부분은 자국 여자리그에 한정돼 있었던 만큼, A 심판의 사례는 FIFA 심판위원회에 제시할 수 있는 차별화된 명분이자 전략적 근거가 됐다.
결국 A 심판(주심)과 한국인 부심 2명은 2023년 여자월드컵에서 한 경기의 심판진으로 함께 활약하며, 한국 심판 역사상 최초로 단일 경기에서 한 팀으로 나선 역사를 써냈다.
지금이라도 A 심판의 K2리그 배정은 특혜가 아니라, 여자월드컵 진출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다는 평가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취임 직후 인사에서 심판위원장 선임에 가장 신중하게 접근했다.
당선 직후 정 회장은 과거 재임 시절 함께했던 전·현직 심판위원장 4명을 두 차례나 직접 집무실로 불러 의견을 청취하며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심판위원장 최종 면접은 협회와 K리그, 그리고 대학교수 등 다양한 면접위원단이 참여한 가운데 객관적인 검증 절차로 이뤄졌다.
면접에 참석한 협회 고위 관계자는 “문진희 위원장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자신만의 정책 방향을 담은 PT 자료를 직접 준비해왔다. 그 정성과 준비성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부위원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영 엘리트 코스’, ‘프로 예비제도’, ‘여자 심판 육성’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문진희 위원장이 넘어야 할 산은 분명히 있다.
냉정하게 심판계 내부에서도 문 위원장이 지난 2년간 재임하면서 강한 추진력과 열정으로 인해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비춰졌다는 평가는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한 방송에서 “K2리그에서 심판들을 양성하고 있다. 기다려달라”는 발언은 의도와 달리 논란을 낳았다. 투명성을 강조하려던 메시지는 오히려 불신을 자극했고, 어떤 해명도 변명처럼 들릴 만큼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심판위원장은 공인의 자리인 만큼 언행 하나에도 신중해야 한다.
다만 본래 취지는 ‘폐쇄적 구조를 벗어나 투명하게 변화하고 있다. 심판들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려고 한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이 여론을 어떻게 잠재우느냐는 그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최근 들어 심판 운영 전반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KFA 심판위원회는 오랫동안 ‘파벌’, ‘편가르기’, ‘배정 비공정’ 등 구조적 불신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문진희 위원장 부임 이후, 외부 견제 장치 강화와 젊은 심판 발탁, 교육 시스템 개편 등 조직 전반에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감지되고 있다.
먼저 심판위원회 구성 12명 중 5명을 언론, 법조, 의료 등 비(非)심판 출신의 외부 전문가로 위촉했다.또한 현역에서 막 은퇴한 젊은 심판들을 위원으로 과감히 발탁하며 세대교체의 의지도 드러냈다.
문 위원장은 시즌 종료 후 국제심판 교체, 평가관 시험 강화, 심판 승강제 개편, 강사 제도 개편 등 다양한 정책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문 위원장의 정책 방향에 공감하며, 개혁 추진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축구팬들께 죄송하다. 내년 시즌부터는 오심이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심판위원회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는 분명히 드러났다.
이제는 내부에서 감추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심판위원회도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문진희 위원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체질 개선과 제도 개편을 이어가고 소통한다면 축구팬의 신뢰 회복과 대한민국 심판의 미래는 한층 밝아질 수 있다.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국정감사장에서 강한 눈빛으로 자신 있게 말한 것처럼 피나는 노력으로 심판에 대한 신뢰가 다시 한 번 축구장 안에 자리 잡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