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대리 체크·무단 조퇴 등 이유
경기 필하모닉, 단원 34명 자체 징계
“출근해도 연습 공간 없어” 반론도
경기 필하모닉, 단원 34명 자체 징계
“출근해도 연습 공간 없어” 반론도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모습. 최근 단원 3분의 1이 자체 징계를 받았다./경기 필하모닉 |
단원 3분의 1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국내 오케스트라가 있다. 경기도가 설립한 재단법인 경기아트센터(사장 김상회)가 운영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최근 경기아트센터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악단의 전체 단원 98명 가운데 34명(34.7%)이 자체 징계를 받았다. 예전 대학 강의실의 ‘대리 출석’처럼 다른 단원이 대신 출퇴근 체크를 해주거나 무단 조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출퇴근 대리 체크’와 무단 조퇴 등이 반복된 단원 15명은 정직 1~3개월 등 중징계를 받았다. 위반 정도가 약한 18명은 견책, 감봉 1~3개월의 경징계였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지난달 파면된 단원도 있었다. 경기도예술단 운영 규정에는 ‘연기·연주 단원의 근무 시간은 10~15시, 주 5일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우선 단원 출퇴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의 부재다. 경기 필하모닉은 단원 개인별로 배부한 스티커를 단말기에 태그해 출퇴근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실시간으로 교차 확인할 방안이 없다 보니 ‘대리 체크’가 발생할 수 있었다.
국내 다른 악단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경기 필하모닉은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예컨대 광주시향은 단원들의 사원 번호와 연계된 휴대전화로 ‘QR 코드’를 인식해 출퇴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넘겨주지 않는 한 대리 출석은 힘든 구조다. 서울시향은 2023년부터 공연과 리허설이 없는 주간에는 단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되,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에 출퇴근 여부를 등록토록 하고 있다.
“연주와 리허설을 하는 단원들에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같은 출퇴근 방식을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반론도 있다. 막상 출근해도 연습 공간이 없어서 시간을 보낼 곳조차 마땅치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연주회 자체의 부족이다. 세계 최정상인 베를린 필하모닉은 매년 120여 회의 연주회를 연다. 빈 필하모닉 단원들이 속한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는 매년 300여 회에 이르는 오페라·발레·콘서트를 연다. 거기에 빈 필하모닉도 자체적으로 40여 회의 음악회를 소화한다. 국내 정상급인 국립 심포니(95회), 서울시향(78회), KBS교향악단(72회)도 실내악이나 소편성을 빼고 관현악 기준으로 매년 70~90여 회에 이른다. 특히 오페라·발레 공연을 맡는 국립 심포니의 연주 횟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 필하모닉의 경우에는 2023년 46회, 지난해 36회에 그쳤다. 베를린 필은 사흘에 한 번씩, 국내 정상급 악단들은 4~5일에 한 번씩인 데 비해 경기 필은 한 달에 3~4회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다른 일부 지역 악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 칼럼니스트 양창섭씨는 “예산·관객 부족을 이유로 연주회 자체가 증가하지 않고, 연주회가 늘어나지 않으니 단원 기량 향상 기회를 찾지 못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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