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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못 찾는 韓美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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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못 찾는 韓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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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관세협상 모든 게 쟁점” 美재무 “아직 타결 때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일정, 손실 부담과 이익 배분 방식 등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일본·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이미 종결했고 미·중 간에도 잠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한미 협상은 29일 정상회담에서도 타결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공개된 미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미국은 당연히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미 협상이 “타결에 매우 가깝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24일(현지 시각) 발언과는 온도 차가 있다.

미국 측은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 이상의 직접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그럴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현금 투자 비율과 납부 방식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의견 차이도 일부 존재하지만, 협상 타결 지연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이미 미국과 포괄적 합의를 체결한 상태이고, 지금은 세부 사항을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이기 때문에,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때 한미 무역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세부 사항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했다.

◇李 “지연이 실패는 아니다” 내일 한미회담서 타결 힘들듯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3500억달러 대미(對美) 투자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이 대통령이 직접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밝히며 협상 국면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보실 3차장 “바로 타결, 어렵지 않나”

이 대통령의 블룸버그 인터뷰는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방미 협의를 진행한 다음 날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터뷰 이후 지금까지) 발표할 만한 뚜렷한 진전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29~30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이란 시한에 맞춰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간담회에서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별하게 APEC 정상회의나 한미 정상회담을 목표로 두고 관세 협상을 하지는 않았다”며 “‘상업적 합리성’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를 보고 협상단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미 측은 3500억달러 직접 현금 투자 요구를 조정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2000억달러를 분할 투자하는 방안을 수정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로 볼 수 있다. 미국 요구대로 따랐다가는 미국에 국익을 내줬다는 여권 지지층 반발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상호 관세 인상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더라도 합의를 안 하고 버티는 게 국익에 맞는 것”이라고 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한미 무역 협상에 차질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세부 사항을 많이 조정해야 할 뿐이다” “매우 복잡한 협상인데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본다”고 했다.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  이재명(왼쪽에서 여섯째)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최근 스캠 센터 등 조직적 범죄 단지를 중심으로 한 초국가 범죄가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아세안+3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했다./ 뉴시스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 이재명(왼쪽에서 여섯째)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최근 스캠 센터 등 조직적 범죄 단지를 중심으로 한 초국가 범죄가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아세안+3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했다./ 뉴시스


◇“안보 분야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

이 대통령은 “안보 분야 협상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인상 요구와 관련해서도 “(기존 GDP 대비 2.3%에서) 3.5% 선까지 국방비를 증액하자는 기본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자주 국방을 위해 미국의 요구가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 이미 하기로 결정한 상태”라고 했다.

미국이 원하는 주한 미군 역할 재조정에 대해 이 대통령은 “주한 미군이 한반도 평화에 매우 도움이 되는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주한 미군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우리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스스로 외부의 역량과 관계없이 충분히 대북 억지, 대한민국 방위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놔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중 갈등 관계에 대해 “두 맷돌 사이에 (한국이) 끼어 있는 형국”이라며 “중국과 미국이 팔을 한 쪽씩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오는 30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이러한 상황은 도전이자 기회”라며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중시하는 기본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에 대해선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력했다는 이유로 미국 내 한국 자회사들이 중국의 제재를 받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와 비슷한 사건이 계속될 수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어쨌든 우리는 중국과 직접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한국은 매우 위험한 잠재적 위기, 즉 과도한 부동산 투자라는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부동산) 거품은 필연적으로 터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금이 부동산에서 금융 자본 시장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한국 경제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로 정상화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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