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美 PIIE·OECD와 국제 컨퍼런스 개최
美 싱크탱크 "반도체 생산국 韓, 미·중 사이 전략적 균형 모색해야"
제프리 쇼트 PIIE 선임연구위원이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FKI-PIIE-OECD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인협회 |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 더욱 다극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핵심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압박 속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공동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세계 경제질서 재편: 무역, AI, 금융회복력의 해법 모색'을 주제 열렸다. 국가 간 전략경쟁 심화와 보호주의 확산 등 복합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환영사에서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자유무역의 혜택 속에 성장해왔지만 세계 경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는 새로운 전략적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거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미래의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컨퍼런스 기조 연설은 'Our Dollar, Your Problem(달러 이후의 질서)'을 주제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맡았다. 로고프 교수는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그는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기축 통화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날로 커지며 달러 패권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까지 더해져 글로벌 통화 시스템은 더 다극화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이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FKI-PIIE-OECD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인협 |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제프리 쇼트 PIIE 선임연구위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안보 논리 기반 보호무역 정책을 △상호주의 △리쇼어링 △전략경쟁의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쇼트 연구위원은 "한국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역내 경제 협력을 통해 중국과의 교역 및 투자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인원 한국경제연구원 객원 연구위원은 디지털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역 비용 및 무역량에 미친 영향에 대해 실증 분석 결과를 공유하며 디지털 규제 완화와 RTA(지역무역협정) 확대,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을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마틴 쵸르젬파 PIIE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특별 발표를 하며 "미국의 반도체 통제와 중국의 오픈 모델 전략이 글로벌 AI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AI 응용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으나 미·중 양측의 압박 속에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안보·주권 논리가 강화될수록 '금융 분절화'가 확대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모리스 옵스펠드 PIIE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분절화 확대는 IMF, 다자개발은행, 바젤 프로세스·FSB, OECD, G20 등 주요 국제 금융협력 프레임워크를 약화시키며 결국 달러 패권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 역시 "물가와 환율이 요동칠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특히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 전체로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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