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AI 기업들 잇따른 ‘순환 투자’에 우려…“닷컴버블 때와 유사”

한겨레
원문보기

AI 기업들 잇따른 ‘순환 투자’에 우려…“닷컴버블 때와 유사”

서울맑음 / -3.9 °
왼쪽부터 그레그 브로크먼 오픈에이아이(AI)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엔비디아 제공

왼쪽부터 그레그 브로크먼 오픈에이아이(AI)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엔비디아 제공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업들, 오픈에이아이(OpenAI) 등 개발사,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사와 고객사 지위에서 서로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불투명 순환투자 및 장기 매입약정을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거래가 기업간 위험 전이 가능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에도 공급사와 고객사가 실질적 가치 창출 없이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순환적 금융 약정이 성행한 바 있다.



26일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최근 인공지능 기업들의 투자·조달구조 논란’ 리포트를 보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인공지능 컴퓨팅 용량 확보에 나서면서 올해 상반기 주요 빅테크 클라우드기업 5곳(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의 자본적 지출(CAPEX) 규모는 1751억달러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엔비디아, 티에스엠시(TSMC),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반도체 선도기업들까지 포함하면 50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소수 고객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업체와 맺은 장기매입 약정 규모는 지난 2분기 말에 3300억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최근 투자 행태에 공급업체와 고객사 사이에 서로 자금을 대여하고 받는 ‘불투명한 순환적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순환적 투자구조는 빅테크 기업,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사, 반도체 기업 등 핵심 공급업체가 고객사에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신용이나 투자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고객사는 이 자금으로 공급업체의 제품(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을 구매한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에이아이에 지분투자를 하고 자사 클라우드(애저·Azure) 크레딧를 제공하는데, 오픈에이아이가 애저 컴퓨팅자원을 이용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이 증가하게 된다. 두 회사는 챗지피티(ChatGPT) 등 수익의 일정 비율을 서로 공유하는 수익공유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서, 챗지피티 수익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총매출로 인식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이 과대 계상될 소지가 있다.



엔비디아는 핵심 고객사인 오픈에이아이 및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업체(네오클라우드)에 지분투자, 신용공여, 청구보증을 제공하고, 고객사 오픈에이아이는 이 투자금으로 엔비디아 시스템을 구축한다. 오픈에이아이는 그래픽처리장치를 엔비디아로부터 임대(리스)하는 방식을 통해 초기 자본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한편, 오라클은 최근 6~8월 실적 발표 때 ‘판매사로부터 더 나은 금융 조건’을 언급했는데 업계에서는 엔비디이가 오라클에게 금융지원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글로벌 경제 외신과 투자은행들은 인공지능 기업들 사이의 이런 상호 투자·구매 의존성 심화는 ‘리스크 전이’라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과거 2000년 닷컴버블 당시에도 공급사와 고객사가 실질적 가치 창출없이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순환적 금융 약정이 성행했는데, 최근 인공지능 기업 사이에도 순환적 투자 구조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개별 기업의 자금 조달 문제나 인공지능 수요 둔화가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파트너 기업의 매출 감소, 나아가 투자지분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닷컴버블 당시 루슨트·시스코 등 대형 통신장비기업이 신생 닷컴기업이나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에게 자금을 대여하고 자금을 확보한 신생 기업은 루슨트·시스코의 고가 통신 장비를 구매했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인공지능 기업 간 대규모 투자거래는 수익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 실체와 상호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거래도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경제적인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센터


나아가, 아직까지 인공지능 관련 수익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대규모 양방향 장기매입 약정의 경우 인공지능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고객사인 인공지능 업체가 계약을 불이행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투자기업들은 수익 없는 자본지출로 높은 재무적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