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왕국’으로 불리는 뉴욕처럼 최근 서울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쥐 목격담’이 쏟아진다. ‘서울의 심장’ 광화문광장에 쥐가 출몰해 구청이 긴급 방역에 나서는가 하면, 한 채가 수십억 원인 강남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대낮에 쥐를 봤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쥐 민원은 2181건으로 3년 전의 2배 이상이 됐다. 어느새 도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불청객이 된 것이다.
▷올해 초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세계 주요 대도시 16곳 중 11곳에서 쥐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특히 미국 워싱턴은 10년간 증가율이 390%에 달했다. 일본 도쿄에서도 이달 초 신주쿠를 걷던 외국인 관광객이 쥐에 물리는 등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 로마 등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도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기후 변화로 도시가 따뜻해지면서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되고, 하수관 등 인프라 노후화로 서식지와 이동 통로가 늘어난 영향이다. 설상가상으로 천적도 사라졌다. 먹을 게 넘치는 도시에서 들고양이는 천적이 아니라 쥐와 음식물 쓰레기를 나눠 먹는 이웃이 됐다.
▷한국에선 3년 전 여의도 한복판에서 쥐 20여 마리가 쓰레기봉투를 파먹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1970년대 ‘쥐잡기 운동’으로 박멸된 줄 알았던 쥐가 다시 활개 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쥐 꼬리를 모으거나 쥐약을 살포하던 시절로 돌아가긴 어렵다. 쥐를 잡아 꼬리를 자를 만큼 용감한(?) 국민도 많지 않고 살포한 쥐약이 자칫 반려견, 반려묘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23일 대안으로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장착된 ‘스마트 쥐덫’을 설치하기로 했다. 쥐가 먹이를 먹으러 들어오면 문이 닫히고 경보가 방제센터로 전송돼 수거하는 방식이다.
▷쥐가 갑자기 많이 보이는 건 놀라운 번식력 때문이기도 하다. 한 쌍의 쥐는 출산을 거듭하며 1년 만에 최대 1250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서울도 머잖아 뉴욕처럼 매년 수만 건의 쥐 출몰 신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쥐 대응의 ‘3원칙’은 굶기고, 막고, 잡는 것이다. 쥐들에게 ‘뷔페 식당’ 역할을 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신속하게 치우고,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노후 하수관 틈을 막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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