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日 104대 총리 취임
아베와 '의원 동기'…정권 요직 지내
매년 야스쿠니 참배·자국우선 강경파
아베와 '의원 동기'…정권 요직 지내
매년 야스쿠니 참배·자국우선 강경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104대 총리이자 최초의 여자 총리로 취임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는 불안한 시선이 교차하고 있는데요. 사실 괜히 나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카이치가 걸어온 길이나 추구한다고 표명해왔던 것들이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한 인물인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비슷하긴 하거든요. 하지만 임명 후에는 어떤 길을 걸을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내다보려면 새 지도자에 관한 공부는 필수겠지요. 오늘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자수성가 정치인…아베와 '의원 동기'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1961년 3월 7일 태어났습니다. 일본 정치가들은 보통 부모의 지역구를 세습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게이오 등 도쿄에 있는 명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비싼 학비로 부담을 주기 싫어 고베대 경영학부로 들어갑니다. 이때 헤비메탈에 빠져 밴드부에서 드럼을 맡았다고 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또 오토바이 라이딩도 즐겼는데, '가와사키 Z400GP이 나의 애마'라고 지금도 홈페이지에 소개해놓을 정도입니다. 의외의 모습이죠.
졸업 후에는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가 배움을 이어갑니다.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설립한 곳으로, 학위를 주는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정치인 사관학교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당시 기수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104대 총리이자 최초의 여자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연합뉴스 |
자수성가 정치인…아베와 '의원 동기'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1961년 3월 7일 태어났습니다. 일본 정치가들은 보통 부모의 지역구를 세습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게이오 등 도쿄에 있는 명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비싼 학비로 부담을 주기 싫어 고베대 경영학부로 들어갑니다. 이때 헤비메탈에 빠져 밴드부에서 드럼을 맡았다고 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또 오토바이 라이딩도 즐겼는데, '가와사키 Z400GP이 나의 애마'라고 지금도 홈페이지에 소개해놓을 정도입니다. 의외의 모습이죠.
졸업 후에는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가 배움을 이어갑니다.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설립한 곳으로, 학위를 주는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정치인 사관학교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당시 기수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본인의 오토바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다카이치 사나에 공식 홈페이지. |
그는 마쓰시타 정경숙을 나온 이후 방송 캐스터로 일했습니다. 31살이 되던 1992년에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도전했지만 낙선합니다. 좌절하지 않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역 앞에 서서 연설하는 근성으로 이듬해 중의원(하원) 선거에서는 무소속 첫 당선을 이뤄냅니다. 같은 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동기가 바로 7살 위인 아베 전 총리입니다. 1996년에는 자민당으로 입당, 의원 연구모임인 세이와정책연구회에 들어갑니다. 이곳은 말이 연구회지 나중에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로 변모하게 됩니다. 여기에 합류하며 아베 전 총리와 교류를 시작하게 됩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함께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역사교육일지 대충 감이 오시죠. 이 모임은 1997년 당시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 내용이 실린다는 것을 문제 삼아 삭제 운동을 벌였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훗날 자서전에서 "역사 교과서는 채택을 담당하는 모 교직원 단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의 입장에서) 자학적이고 좌익 사상에 가까운 내용일수록 잘 팔린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5일 다카이치 사나에가 결기 집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뒤에 그의 슬로건 'For the Japan(일본을 위해)'이 쓰여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공식 홈페이지. |
아베 전 총리가 점차 권력의 핵심으로 이동하면서, 다카이치 총리도 2006년 제1차 아베 정권에서 오키나와 북방담당상으로 내각에 진입하게 됩니다. 제2차 아베 정권이 출범했을 때도 다카이치는 자민당의 여성 첫 정무조사회장이 되고 총무상에 오르는 등 요직을 맡았습니다. 2011년에 다카이치 총리가 '무파벌'을 선언하면서 계파색이 옅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아베 전 총리가 등용한 인물인데다,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고 세이와정책연구회가 해산했을 때 사실상 총수 역할을 이어갔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고 보기엔 어려운 것 같습니다. 2021년 아베 전 총리는 다카이치 총리를 후보로 내세운 자민당 총재 선거를 지원했었죠. 이듬해 아베 전 총리가 연설 중 숨지자 다카이치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건 발생 이후 잠도 거의 못 자고, 밥도 먹기만 하면 토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경험해보지 못한 심신쇠약 상태"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2021년 12월 아베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총리가 가졌던 자민당 합동 연설회 포스터. 아베 신조 X. |
지는 게임이었는데…우경화 맞물려 역전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세 번째 도전 끝에 총리 당선을 이뤘습니다. 선거 초반은 '펀쿨섹좌'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앞서나가고 있었습니다. 불리한 게임이었지만 결국 역전한 건데요. 일본 언론도 분석을 내놨는데, 승리의 비결로 꼽는 것이 '보수층의 결집'입니다. 일본에선 최근 '일본인 퍼스트'를 앞세운 극우 정당 참정당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을 강하고 풍요롭게' 등의 슬로건을 들고 나와 이런 흐름에 부응하는데요. 그러던 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사슴 발언'입니다. 그는 선거기간에 본인의 고향 나라현의 명물 사슴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학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외국인 관광객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죠. 관광객 국적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서는 금방 중국과 한국을 향한 혐오 발언들이 이어지게 됩니다.
보수층 여론도 다카이치 총리쪽으로 쏠리게 됐죠. 당원 표도 투표에 포함되는데 당원들이 결집하는 효과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간 온건파가 정권을 잡으면서 주류였던 아베파가 찬밥신세가 됐고, 이 때문에 '진짜 보수라면 다카이치를 밀어라'는 분위기도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베 그대로 계승할까…앞으로의 변수는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어떤 길을 걸을까요.
다카이치 총리는 예전부터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데다, 선택적 부부별성제(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르지 않고 각자 성을 사용)를 반대하는 등 강경 우파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다만 그가 강경 우파이긴 해도 아베 전 총리의 모든 전철을 밟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에는 일단 여론을 의식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건너뛰기도 했는데요. 지나친 강경 정책을 우려하는 여론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2024년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를 맞아 신사를 참배한 뒤 나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당시 경제안보담당상. 연합뉴스 |
현재 자민당은 아베 정권 때처럼 득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불릴 만큼 의석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죠. 여당의 힘이 분산된 상황에서 아베 전 정권처럼 입법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일본 언론도 의문인 듯합니다.
아베노믹스의 계승 여부도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일본 주식시장이 다카이치 총리 취임 소식에 벌써 들썩이고 있는데요. 다만 현재 일본은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로, 아베노믹스가 시행되던 시기처럼 침체한 경기만 신경쓸 게 아니라 물가를 잡는 게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상황이죠. 현재 일본 정부가 다시 돈 풀기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외교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지켜봐야할 부분입니다. 신임 총리가 아베 정권과 같은 역사관을 고집하고 있어 한·중·일 관계도 악화할 가능성이 큰데요.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대미 외교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죠. 외교 관계에 있어 새 총리의 앞으로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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