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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 살해 협박 기억 생생… 하필 김혜성에 홀려서, 구단 총력전 불사 “모든 지원 제공”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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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 살해 협박 기억 생생… 하필 김혜성에 홀려서, 구단 총력전 불사 “모든 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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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데이브 돔브로스키 필라델피아 야구부문 사장은 17일(한국시간) 열린 시즌 결산 인터뷰에서 한 선수의 질문을 받고 굳은 표정으로 결의에 찬 답변을 내놨다. 이 선수를 위해서라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모든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질문의 주인공은 팀의 우완 불펜 투수 오리온 커커링(24·필라델피아)이다. 커커링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의 5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해 2023년 데뷔를 이룬 촉망 받는 불펜 자원이다. 커커링은 지난해 6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9, 올해 6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는 등 팀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었다. 필라델피아 팬들이 환호했던 우완이다.

그러나 올해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악몽 같은 일을 저질렀다. 팀이 1승2패로 뒤진 상황에서 진행된 지난 10일(한국시간) 열린 LA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팀의 시즌 엔딩이 확정되는 치명적인 끝내기 실책을 저질렀다. 당시 2-2로 맞선 연장 11회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커커링은 2사 만루에서 앤디 파헤스를 투수 앞 땅볼로 잘 유도하고도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당시 커커링은 파헤스의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했다. 다만 공이 근처에 떨어졌다. 2사 상황이라 침착하게 잘 주워 1루로 던지면 됐다. 커커링도 공을 잘 찾았다. 커커링이 공을 잡았을 당시 타자 주자 파헤스는 1루까지 절반 정도만 간 상황이었다. 포수 J.T 리얼무토 또한 1루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당황한 나머지 가까운 홈으로 던진다는 게 악송구가 됐다. 3루에 발이 빠른 대주자 김혜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더 급해진 것이다. 김혜성은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 이미 자동 스타트를 끊어 홈에 거의 다 온 상황이었다. 끝내 김혜성이 먼저 홈을 밟았고, 경기는 그대로 끝나 디비전시리즈는 LA 다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결국 커커링의 판단 미스와 당황은 필라델피아의 시즌 종료로 이어졌다.

경기 후 필라델피아 동료들과 랍 톰슨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심지어 적장인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의 위로까지 쏟아졌지만 커커링의 충격은 컸다. 여기에 필라델피아 팬들은 32년 전 악몽과 같은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1993년 토론토와 월드시리즈에서 조 카터에게 그 유명한 시리즈 끝내기 홈런을 맞은 강속구 마무리 미치 윌리엄스의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당시 윌리엄스는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필라델피아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요즘 SNS ‘악플’은 양반이었다. 어떻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내 우편과 전화로 살해 협박을 하는 몹쓸 팬들도 적지 않았다는 게 윌리엄스의 회상이다. 결국 윌리엄스와 그의 가족들은 한동안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했고, 시즌 뒤 곧바로 트레이드돼 팀을 떠났다. 윌리엄스는 그 악몽을 맞이한 직후 기량이 급전락해 결국 얼마 가지 못해 현역을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도 그 기억이 생생한 만큼 커커링 보호에 들어갔다. 커커링이 지난 주 자택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계속 그와 연락하며 지원을 했다”고 덧붙였다. 요즘 세상에 윌리엄스처럼 살해 협박에 시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지만, 혹시 모를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커커링의 심리다. 그 악몽이 선수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 창창한 나이의 선수인 만큼 이를 빨리 잊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기량을 유지하며 윌리엄스가 걸었던 비극적인 경로를 따라가지 않는다. 필라델피아 또한 여기에 구단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커커링을 위한 모든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오리온과 협력해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지만, 그에게는 힘든 일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 모두의 협조와 위로를 구했다. 커커링이 몸과 마음 모두 치유된 상태로 2026년 멀쩡하게 마운드에 오르기를 구단과 동료들, 그리고 대다수 팬들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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