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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엔 우크라 종전 놓고 푸틴과 ‘헝가리 담판’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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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엔 우크라 종전 놓고 푸틴과 ‘헝가리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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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월 1일 유럽 8개국에 예고한 관세 부과 않겠다"
부다페스트서 미·러 양자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미·러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푸틴과의 통화 후 “2주 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미·러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푸틴과의 통화 후 “2주 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8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만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 달여 만에 다시 회동하기로 했다.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6일 푸틴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르면 다음 주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양자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푸틴도 이를 확인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 간 휴전을 이끌어낸 것에 고무된 트럼프가 자신이 조기 종전을 공언한 또 하나의 전쟁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끝내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 ‘토마호크’ 앞세워 푸틴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트럼프는 16일 푸틴과 2시간 30분 동안 전화 통화를 한 뒤 주요 내용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렸다. 그는 “2주 내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푸틴과 만나 이 영광스럽지 못한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알래스카 회담이 아무 성과도 도출하지 못하며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화 재개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날 통화는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양자 정상회담 하루 전 이뤄졌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토마호크(장거리 순항미사일) 지원 문제가 언급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푸틴에게 ‘당신의 적(젤렌스키)에게 토마호크 수천 발을 줘도 괜찮겠느냐’고 하자, 그는 이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산 토마호크는 사거리가 2500㎞에 달해 우크라이나가 손에 넣을 경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후방 기지들까지 타격이 가능해져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알래스카 회동 후에도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공을 이어가자, 분개한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유럽연합(EU)·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편을 들었다. 지난달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젤렌스키와 만난 뒤엔 우크라이나가 2022년 침공으로 점령당한 돈바스뿐 아니라 2014년 빼앗긴 크림반도까지 수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푸틴과 회담이 부다페스트에서 성사될 경우, 이르면 다음 주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가 10월 하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일본과 한국으로 이어지는 순방 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알래스카 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토마호크를 지렛대로 푸틴을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푸틴은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토마호크 지원은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의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토마호크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는 “푸틴은 수 세기 염원이었던 중동 평화 성취에 대해 나와 미국에 축하를 전했고, 나 역시 중동에서의 성공이 종전 협상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도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는 ‘그림’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음 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러시아 측과 고위급 참모 회의를 가지며 탐색전을 벌이게 된다.


◇ 친트럼프·친푸틴 행보로 존재감 높인 오르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조선일보DB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조선일보DB

트럼프를 통해 미·러 회담 예정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발표되면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정치적 존재감도 주목받고 있다. 오르반은 17일 푸틴과 전화 통화를 하고 개최 준비에 착수했다. 그는 전날에는 트럼프와 통화한 뒤 X에 “헝가리는 ‘평화의 섬’”이라고 썼다. 2010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오르반은 다른 EU·나토 회원국 지도자들과 달리 푸틴·트럼프와 모두 돈독한 관계를 맺어오며 두 사람 사이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다.

오르반은 반이민, 권위주의, 기독교 가치 수호 등 여러 분야에서 이념적으로 통하는 트럼프와 각별한 사이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부터도 유럽의 대표적인 친트럼프 지도자로 통했고, 지난해 미국 대선 뒤에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 및 측근들과 회동했다. 오르반은 트럼프를 여러 차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의 사나이”라고 추켜세웠고, 트럼프도 오르반을 “서방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띄워왔다.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을 계기로 지난 13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는 연설 중 “빅토르 어디 있느냐”며 회의장으로 온 오르반을 찾은 뒤 “그는 정말 위대하고 멋진 지도자다. 우리에겐 헝가리가 있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오르반과 푸틴의 인연은 더 오래됐다. 오르반은 집권 이후 푸틴과 밀착을 통해 자신의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해왔다. 값싼 러시아산 원유와 원자력 기술을 적극 도입해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해 권위주의 행보 논란 속에서도 권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르반은 사법부를 종속시키고 비판 언론을 탄압한다는 비판 속에 EU·나토 지도자들과 수차례 갈등해 왔다. EU·나토에서 대러 제재 또는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이 나올 때마다 번번이 반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부다페스트를 사실상 ‘푸틴의 사랑방’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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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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