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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BA 클라크, 르브론 앞 덩크? ‘혼성팀 판타지’ 불편한 게이머들

조선일보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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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BA 클라크, 르브론 앞 덩크? ‘혼성팀 판타지’ 불편한 게이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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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스포츠 성장에 게임도 변화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에 반감”
키 183㎝의 WNBA(미 여자 프로농구) 스타 케이틀린 클라크가 르브론 제임스(206㎝)의 머리 위로 솟아올라 덩크슛을 꽂는다. 또 다른 WNBA 스타 에인절 리스는 은퇴한 NBA(미 프로농구)의 전설 샤킬 오닐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속공을 펼친다. 현실에선 볼 수 없지만, 온라인 게임에선 가능하다. 1999년 발매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농구 게임 ‘NBA 2K’ 시리즈가 ‘NBA와 WNBA의 최고 스타들이 한 팀에서 뛰면 어떨까’라는 팬들의 상상력을 게임 세계에서 구현한 것이다.

2K26 홈페이지게임 속에서 팀 동료가 된 NBA의 전설 샤킬 오닐(오른쪽)과 WNBA 현역 최고 스타 에인절 리스.

2K26 홈페이지게임 속에서 팀 동료가 된 NBA의 전설 샤킬 오닐(오른쪽)과 WNBA 현역 최고 스타 에인절 리스.


이 게임의 핵심 모드 중 하나는 이용자가 자신만의 드림팀을 꾸려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과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카드 팩을 뽑아서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랜트 같은 스타들을 한 팀에 모을 수 있는데, 최신 버전인 ‘NBA 2K26’은 WNBA에서 뛰는 여자 선수들까지 정식으로 추가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여성 스포츠 인기가 높아지고,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이 게임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WNBA는 경기당 평균 관중이 급증하는 등 해마다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고, 여자 축구와 여자 아이스하키 리그도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스포츠 게임 속에서도 반영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온라인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팬들은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여자 선수를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WNBA 선수의 능력치를 억지로 끌어올려 NBA 수퍼스타와 대등하게 만든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WNBA 센터 에이자 윌슨(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능력치(97점)가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이상 94점)보다 높은 식이다. 해외에서도 “현실과 괴리된 판타지” “진짜 농구라는 게임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같은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다른 스포츠 게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지만, 여성 선수들을 게임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EA의 축구 게임 ‘FC’(구 FIFA) 시리즈는 이미 2023년부터 남녀 혼성팀을 구성할 수 있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의 대명사 ‘풋볼매니저’는 11월 출시하는 신작 ‘FM26’에 처음으로 여성 리그를 포함했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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