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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끝 결실…포스코퓨처엠, 음극재 판도 넓힌다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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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끝 결실…포스코퓨처엠, 음극재 판도 넓힌다 [소부장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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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포스코퓨처엠이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에 4년간 6700억원 규모의 천연 흑연 음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음극재 기준으로 회사 최대 단일 규모 수주다. 미중 갈등 심화로 자원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탈중국 전략이 본격화된 흐름과 맞물린 결과다.

포스코퓨처엠은 14일 6710억원 규모의 천연 흑연 음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비공개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0월부터 2031년 9월까지 4년이다.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기간이 변동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번 계약은 음극재 부문에서 포스코퓨처엠이 체결한 단일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3조7000억원) 대비 약 18.1%에 해당한다. 계약서상 유보기한이 2037년까지로 명시돼 있어 협의에 따라 계약 기간이 최대 10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음극재는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다. 충방전 안정성과 효율에 영향을 미친다. 가격과 중요도는 양극재에 비해 낮지만 원료 공급 측면에서는 전략적 자원으로 분류된다. 특히 천연 흑연은 대체 수급이 가능한 인조 흑연과 달리, 중국이 채굴 기준 약 70%, 배터리용 가공 기준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당초 포스코퓨처엠은 그룹 차원의 배터리 소재 수직계열화 전략에 따라 천연 및 인조 흑연 사업을 확대해왔다.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수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중국 광산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과 가공 기술, 원료 장악력 등으로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미국 내 공장에서 대부분 중국산 흑연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흑연은 2026년까지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예외 적용을 받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높은 가격과 낮은 원가경쟁력, 중국산 원료 의존도 등으로 지난해 음극재 부문에서 수백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기류가 바뀐 것은 올해부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배터리 소재의 탈중국 움직임이 확대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중국산 흑연 음극재에 93.5%의 반덤핑 예비 관세를 부과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에 따라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았다.

중국 정부의 대응도 변수가 됐다. 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품목과 함께 천연 및 인조 흑연 음극재, 관련 장비 등에 대해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국내 배터리 3사를 포함한 글로벌 제조사들이 중국산 원료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 포스코퓨처엠이 사실상 유일한 대체 공급사로 부각됐다.

이번 계약이 2027년부터 시작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은 세종 등 국내 공장에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원료 확보의 어려움과 경쟁사의 저가 공급 탓에 공급선 다변화에 어려움이 컸다. 이번 계약으로 2년간의 유예 기간을 확보한 셈이다.


원료 수급 안정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탄자니아 마헨게 광산 개발을 시작했다. 해당 광산은 약 600만톤 규모의 천연 흑연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 자원개발사 블랙록마이닝이 개발을 주도하며 2028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향후 연간 6만톤 규모의 천연 흑연을 계열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탈중국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기업의 시도는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선 다변화에 나선 국내 소재 기업에게 돌아올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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