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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페이, 바이낸스 일본법인 40% 인수...손정의 '결제-가상자산 융합'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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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페이, 바이낸스 일본법인 40% 인수...손정의 '결제-가상자산 융합'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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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희 기자]

/사진=바이낸스 제공

/사진=바이낸스 제공


일본 대표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페이(PayPay)가 바이낸스 일본법인 지분 40%를 인수하며 일본 금융·가상자산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주도한 전략적 제휴로, 결제와 디지털자산의 융합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페이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1위 바이낸스의 일본 법인 '바이낸스 재팬' 지분 40%를 인수했다. 페이페이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자회사로 일본에서 7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바이낸스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강자로 이번 협력으로 페이페이 이용자는 앱 내에서 손쉽게 코인을 사고팔고 매도 수익을 바로 잔액으로 환급받을 수 있게 된다. 치노 다케시 바이낸스 재팬 총괄 매니저는 "이번 전략적 제휴는 일본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페이페이의 방대한 이용자 기반과 바이낸스의 혁신 기술을 결합해 일본 전역에서 더 많은 이들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웹3와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낸스 재팬 측은 지난 10일 이번 거래 사실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거래 금액과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사는 우선 입출금 기능부터 지원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페이페이 머니로 코인을 구매하고 판매 후 현금을 간편하게 인출할 수 있다. 페이페이 머니는 다양한 가맹점에서 비현금 결제를 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 서비스로 온라인 쇼핑과 개인 간 송금 등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번 제휴는 일본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흐름과도 맞물린다. 일본 금융청은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이 아닌 금융상품으로 재정의하고 과세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기존 최대 55%에 달하던 과세를 자본이득형으로 조정해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외국 거래소의 일본 내 영업은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바이낸스는 이미 라이선스를 확보해 '합법적 현지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국내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을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페이페이는 토종 가상자산 플랫폼 '머코인' 등과의 경쟁 구도에 본격 뛰어든다. 동시에 QR결제 중심이던 서비스를 자산관리·대출·보험 등으로 확장하며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을 꾀한다. 코인 거래 기능은 그 전략의 핵심 축으로, 향후 금융서비스 전반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손정의 회장의 구상은 단순한 협력 그 이상이다. 그는 페이페이를 소프트뱅크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워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연계 서비스는 상장 이후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페이페이의 지분은 소프트뱅크 산하 여러 계열사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동통신 자회사 소프트뱅크 주식회사를 비롯해 비전펀드, 그리고 네이버와의 합작 인터넷 기업 라인 주식회사 등이 주요 주주다.

한편 일본 최대 증권사이자 투자은행인 노무라홀딩스의 자회사 레이저디지털 역시 기관투자자 대상 가상자산 거래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바이낸스는 이미 지난 2022년 말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사쿠라익스체인지비트코인을 인수하며 현지 시장에 재진입했다. 페이페이는 지난 8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 공개(IPO)를 위한 예비 등록서를 비공개로 제출한 바 있다. 상장 이후에도 페이페이는 소프트뱅크의 주요 자회사로 남을 예정이다.

이번 거래로 페이페이는 디지털 결제에 이어 가상자산 서비스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과 금융 디지털화의 선두 주자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이번 협력을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실험으로 보고 있다. 규제가 강한 선진국에서도 '결제와 가상자산이 통합된 슈퍼앱 모델'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홀딩스 간 장기적 협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을 통해 결제 기능과 거래소 플랫폼을 통합하려는 것처럼 소프트뱅크 역시 페이페이와 바이낸스를 연결하며 유사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의 금융·테크 생태계가 각자 규제 틀 안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실험을 병행하는 로컬형 크로스보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여러 협업을 통해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정부 규제나 외부 압박이 있더라도 기업 차원의 기술 협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일본의 페이페이와 한국의 네이버-두나무가 이 같은 생태계 안에서 실험을 이어갈 경우, 아시아 지역을 관통하는 차세대 크로스보더 결제 인프라의 청사진이 손정의와 네이버의 손에서 구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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