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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권력에 의한 ‘언론 개혁’은 중단되는 게 옳다

조선일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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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권력에 의한 ‘언론 개혁’은 중단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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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에 거액 배상금 물린다며
언론개혁특위 꾸린 거대 여당
미국 기반 플랫폼까지 손댈 기세

표현의 자유 침해는 물론이고
미국의 거센 보복 부를 수도
反국익적인 언론개혁특위 해체해야
위태로운 가을이 깊어간다. 입법·사법·행정을 흔들며 폭주하는 거대 여당이 언론마저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당시 언론에 대한 징벌 도입을 주동했던 민주당 내 강성 소장 의원들, 윤석열 정부에서 가짜 뉴스 근절 대책을 밀어붙였던 친윤 친위 세력의 자리에 언론개혁특별위원회(언개특위)라는 기구가 지난 8월 다시 들어섰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시도는 멈출 줄을 모른다.

언개특위는 이른바 가짜 뉴스(허위 조작 정보) 보도를 차단하기 위해 종래의 관련 법안들이 제안한 3~5배의 배상을 최대 15~20배로 늘리고, 고의가 아닌 중과실의 경우에도 배액 손해배상을 물리며,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언론이 지게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 방안을 지난달 1일 내놓았다. 9월 말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속전속결로 법 개정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도 드러냈다.

대통령이 이 같은 무리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악의적인 가짜 정보에 대해 배액 배상제를 도입하되 언론중재법 개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을 통해 유튜브 등 매체까지 함께 규율해야 하고, 중과실은 징벌 배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언개특위의 오버에 깜짝 놀라며 언론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율사 출신 대통령의 법리적 지적은 무겁게 수용되었다. 그 직후 언개특위의 논의는 언론중재법 개정에서 망법 개정으로 급선회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된 사실이 있다. 대통령의 지적은 극단으로 치닫던 언개특위의 방향 선회를 넘어, 이 기구의 존재 자체를 궁지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망법이 규율하는 대상은 인터넷상의 정보 및 이를 유통하는 주체들이다. 온라인으로 뉴스를 내보내는 언론사들은 물론, 각종 블로거, 유튜버, 홈페이지 운영자, 정보 게시자, 댓글 작성자 등을 망라한다. 망법 개정을 통해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배액 배상을 도입한다는 것은 이들이 유통하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온라인 콘텐츠 중 ‘악의적’인 ‘거짓’ 정보를 가려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그 작업의 어려움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상이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침해 시비도 일게 된다.

세상 어디에도 이를 직접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현실적인 접근은 결국 온라인 정보 유통을 주도하는 대규모 정보 통신 서비스 제공자(플랫폼 사업자)들이 수행해 온 유해 정보 모니터링 및 차단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연합체인 EU가 2023년 8월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의 기본 방향이 그것이다. EU는 이를 통해 구글, 페이스북, X 등과 같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의무를 강화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최대 총매출액의 6% 과징금을 매기는 등 초강력 제재를 제도화했다.


예상대로 미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에 디지털 세금이나 규제를 부과하는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EU의 DSA 집행 당국자들에게 비자 제한을 가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트럼프 행정부와 국가의 운명을 걸고 교역 및 안보 동맹의 틀을 새롭게 짜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유튜브 등 미국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규제는 국익을 심사숙고한 검토와 대비 없이는 꺼낼 수 없고 꺼내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EU의 DSA에도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징벌적 배액 배상은 포함돼 있지 않다. 망법 개정 시도는 이 벌집을 우리가 앞장서서 건드리는 셈이다. 실제로 언개특위가 주최한 망법 개정 국회 토론회에서 글로벌 플랫폼들에 대한 의무 강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그 자료집의 제목 자체가 ‘한국판 DSA’였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냉혹한 힘의 질서를 도외시한 우물 안 개구리식 망법 개정은 보호·육성해도 모자랄 국내 플랫폼만을 옥죄는 역차별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언론중재법 개정이든 망법 개정이든, 가짜 뉴스에 대한 징벌적 배액 배상 도입을 통해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언개특위의 목표는 진퇴양난에 처한 양상이다. 정치권력이 앞장서서 언론을 바로잡겠다는 잘못된 첫 단추의 귀결이다.


언론은 분명 위기에 처해있다. 불신을 넘어 회피의 대상이 되고, 유사언론에 존립을 위협받는 언론을 다시 세울 필요성은 절박하다. 하지만 그 정도(正道)는 언론 스스로의 규범 정립과 혁신을 통해 본연의 권력 감시 및 비판 역할을 복원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거짓정보의 근원은 정치권력이었다. 누가 누구를 개혁하는가. 지지율에 속 끓이는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위태로운 위헌적 무리수와 반(反)국익적 엇박자를 연발하는 언개특위는 해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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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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