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한국시간) 영국 포츠머스 프래턴 파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8라운드 왓퍼드전에서 선발 출전한 양민혁은 킥오프 5분 만에 오른발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던진 스로인이 수비 맞고 박스 왼쪽으로 흘렀고, 공을 기다리던 양민혁이 첫 터치 없이 각을 세워 그대로 발등을 때렸다. 공은 강한 스피드로 원더골 코스를 그리며 반대편 구석에 꽂혔다. 홈 스탠드는 순식간에 들끓었다. 포츠머스 팬들은 두 팔을 벌리고 관중석으로 달려온 10대 윙어에게 기립으로 화답했고, 프래턴 파크의 공기는 한동안 축제였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스코어가 지워내지 못한 존재감은 분명했다. 전반 내내 포츠머스가 좌우 전환과 빠른 전진 패스로 왓퍼드 라인을 흔들 때마다 왼쪽 날개에 선 양민혁의 발끝이 출발점이거나 종착점이었다.
사이드에서의 1대1 돌파로 풀백을 끌어내고, 하프스페이스로 파고들며 세컨드볼을 선점하는 동선은 성숙했다. 전반 20분엔 추가골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고, 수비 전환 국면에서도 적극적으로 백프레싱하며 팀의 템포를 유지했다.
후반 들어 왓퍼드가 임란 루자의 중거리 동점골(후반 1분)과 로코 베터의 역전골(후반 11분)로 경기를 뒤집은 뒤에는 흐름이 상대 쪽으로 기울었지만, 포츠머스는 교체 카드를 연달아 쓰며 반격을 시도했고 후반 34분 세게치치가 혼전 상황에서 동점골을 완성했다. 양민혁은 후반 18분 하비 블레어와 교체돼 약 63분을 소화했다.
데이터가 양민혁의 임팩트를 증명했다. 이날 슈팅 4회(유효 2), 패스 성공률 82%, 드리블 성공 1회, 지상 경합 승률 60%.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팀 내 최고인 7.6점을 부여했다. 지역지 ‘더 포츠머스 뉴스’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멋진 발리로 흐름을 주도했다”며 최고 평점 8점을 매겼다.
양민혁은 지난 시즌 토트넘에 합류한 이후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QPR에 임대됐다. 꽤 빠르게 적응하면서 2골 1도움을 기록했고 유럽과 영국 축구 템포를 몸으로 익혔다. 토트넘에 돌아와 프리시즌을 치른 뒤 포츠머스로 임대를 떠났는데 QPR 시절과 달리 출발이 좋지 않았다. 개막전 23분 출전 이후 2~6라운드엔 단 1분도 나서지 못했다. 때로는 소집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출전시간 0분이 찍히던 기간은 19세 유망주에게 가혹한 시간이었다. 매 경기 출전을 해야 성장하는데 계속 기회를 잃어 조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7라운드 입스위치전에서 선발로 복귀해 74분을 뛰며 반등의 신호를 보냈고, 그 다음 경기인 왓퍼드전에서 결과로 증명했다. 임대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회→성과→신뢰’의 사이클을 얼마나 빨리,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느냐다. 양민혁은 딱 필요한 타이밍에 사이클을 돌렸다.
이에 존 무시뉴 감독은 “우리가 이겼어야 할 경기였다”는 아쉬움을 전한 뒤 “양민혁의 활약은 분명 고무적이었다. 템포를 끌어올렸고 팀 구조 안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양민혁은 바깥을 밟았다가 안으로 비틀며 풀백과 센터백 사이의 간극을 파고드는 타이밍, 세컨드볼이 흘러올 지점을 미리 점유하는 위치선정, 첫 터치로 슈팅 각도를 만드는 기술까지 꽤 인상적이었다. 왓퍼드전 선제골은 이 장점들이 하나로 폭발한 사례였다. 수비수에 맞고 예측 불가한 궤적으로 튄 볼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공 쪽으로 먼저 던져 각을 만들고, 체중 이동과 동시에 발등으로 긁어 올려 골망을 뒤흔들었다.
‘손흥민 후계자’라는 수식은 언제나 부담을 동반한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 뒷공간을 찌르며 엄청난 공격 포인트를 쌓았듯, 양민혁도 챔피언십 무대지만 꽤 비슷한 패턴을 재현하려고 한다.
다만 팀 상황이 양민혁에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미지수다. 포츠머스는 8경기 2승 3무 3패(승점 9)로 17위다. 후반 초반 연속 실점에서 드러난 수비 집중력 저하와 소유권 전환 시 빌드업 실수는 개선이 시급하다.
측면 전개 속도와 전환의 결은 나아지고 있고, 왼쪽에서 출발하는 속공 루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양민혁의 존재는 그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 기세를 다음 라운드 성적과 순위 반등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시즌 초반의 불안은 빠르게 덮일 것이다.
게다가 양민혁은 10월 이민성 감독이 지휘하는 U-22 대표팀에 합류해 사우디아라비아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소화한다. 대표팀에서 분위기를 회복해 실전 자신감 회복한다면 다시 팀에서 자리 굳히기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19세 유망주가 상승 곡선에 올라온다면 그 성장 폭은 생각보다 가팔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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