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 ‘드론 금지 구역’ 표지판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
유럽 각국이 잇단 드론 출몰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가 보낸 드론으로 의심은 되지만 확증이 어려워 적극 대응할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새 공격 양상에 맞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동맹 영토의 모든 구석을 항상 방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몇 주 간 공중에서는 그 약속이 흔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이달 유럽 대륙에서 고조된 ‘드론 공포’에 대한 서술이다. 지난 10일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이후 루마니아,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각국에서 드론 목격 발표가 이어졌다. 대부분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됐지만 다수 유럽 국가는 배후를 확언하지 않았다. 향후 대응 방안을 두고 나토 동맹국들 사이에 격추부터 확전 우려까지 의견차만 두드러졌다.
미 방송 CNN은 이러한 현상을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개념에 기대 조명했다. 나토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전쟁은 “군사적 수단과 비군사적 수단, 은밀한 수단과 공개적인 수단을 결합한 것”이다. 공개적 무력 충돌 기준선에는 미치지 않되, 다양한 수단으로 적국을 압박해 전쟁과 다름 없는 효과를 낸다.
피해는 즉시 발생하지만 가해자를 당장 지목하기는 어려운 불명확성이 이같은 공격의 한 특징이다. 최근 몰도바에서 논란이 된 선거 개입, 사보타주 지원, 사이버 공격 등이 하이브리드 전쟁의 유형에 속한다.
지난 10일 폴란드에서 격추된 드론의 경우 러시아산 ‘게란’으로 판명됐는데도 러시아는 공격 의도가 없었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제임스 로저스 브룩스 미국 코넬대 기술정책연구소 소장은 “드론은 저렴하고 소형이며, 차단하기는 어렵고 부인은 가능하다. 완벽한 회색지대 무기”라고 뉴스위크에 설명했다.
증거가 불분명한 상황은 당국의 책임 소재 지목을 어렵게 한다. 덴마크 당국은 사흘 간 공항이 폐쇄되고, 신호기를 끈 러시아 군함이 해안에서 목격됐는데도 아직 드론 공격 배후를 특정하지 않았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성급하게 잘못된 답변을 내놓는 건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와의 갈등만이 아니라 국내 친러 단체 등의 사보타주(파괴 공작) 위험도 거론된다. 나토 동맹국 간 대응책 합의를 이루기도 쉽지 않다.
마냥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방어적 조치는 명확히 하지 못한 채 자칫 국내 불안감만 키우는 한편 국외 공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침공은 유럽이 자국 영공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는 인상을 심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했다. CNN은 “서방 당국자들이 하이브리드 전쟁의 딜레마와 매일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하이브리드 전쟁이 병력 부족 사태에 직면한 러시아가 찾은 돌파구라고 분석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올 7월 기준 100만명 사상자를 기록해 재래식 전쟁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카이뉴스는 하이브리드 전쟁이 나토 내 유럽 동맹국으로 하여금 자국 방어에 집중하게 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쓸 에너지를 분산시킨다고 짚었다.
CNN은 하이브리드 전쟁이 장기적으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익이 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이 짧은 기간의 혼란만으로도 푸틴이 전쟁 4년 차에 충분히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나토와 그 동맹국들이 현대적 갈등의 변화하는 양상에 맞서기 위해 더이상 재래식 방어에만 의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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