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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밝힌 150번째 '지식의 밤'…"우리문화 함께 나누고 공부"

연합뉴스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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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밝힌 150번째 '지식의 밤'…"우리문화 함께 나누고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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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1월 4일부터 3박 4일 간 중국 국빈 방문
'풀뿌리 문화운동' 내건 도광문화포럼, 쉼 없이 13년째 계속
회원 자발적 참여·재능 기부로 운영…원로 고고학자도 결석 한 번뿐
이건무 前 관장 "새로운 발굴, 괴로움보다 즐거움 앞서…신중해야"
원로 고고학자의 '발굴'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겸 도광문화포럼 초대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고고학 발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원로 고고학자의 '발굴'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겸 도광문화포럼 초대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고고학 발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종일 쪼그려 앉은 채로 일하다 보니 체력이 바닥이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접하는 즐거움이 괴로움을 상쇄합니다. 소위 '안락의자 학자'는 되지 말아야죠."

지난 26일 늦은 저녁 서울 동작구 상도동 양녕회관 5층 강당.

이건무 전(前)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고고학 발굴 조사 과정을 군대의 작전 명령 5단계에 빗대며 이같이 말하자 강당을 채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암사동, 충남 부여 송국리, 경기 연천 전곡리, 경남 창원 다호리…. 이 전 관장은 1965년 처음 발굴 현장에 나선 때부터 주요 유적 조사에 참여한 경험을 설명했다.

강연하는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겸 도광문화포럼 초대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고고학 발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강연하는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겸 도광문화포럼 초대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고고학 발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혹여 설명을 놓칠까 봐 몇몇 사람은 휴대전화를 들어 발표 자료를 한 장씩 촬영했고, 작은 수첩을 손에 쥔 채 이 전 관장의 말을 하나하나 받아적는 사람도 있었다.

원로 고고학자의 이야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으나, 그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풀뿌리 문화운동'을 지향해 온 도광문화포럼이 150회를 맞았다.

고고학, 미술사, 민속학, 역사 등 각계 연구자들이 모여 2013년 3월 포럼을 처음 발족한 이후 약 12년 6개월, 정확히는 4천563일 만이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열리는 포럼은 우연히 시작됐다.


원로 고고학자의 '발굴'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겸 도광문화포럼 초대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고고학 발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원로 고고학자의 '발굴'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겸 도광문화포럼 초대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고고학 발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당시 이귀영 국립문화재연구소(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실장, 김호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성명 국립청주박물관장 등이 뜻을 모았고 이 전 관장이 초대 대표를 맡았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은 "처음에는 소규모로 연구하는 모임으로 생각했는데 우리가 가진 지식, 재능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무료 문화 강연 형태로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럼 이름인 '도광'(韜光)은 조선 태종(재위 1400∼1418)의 장남이자 세종(재위 1418∼1450)의 맏형인 양녕대군(1394∼1462)을 모신 사당 지덕사의 재실 도광재에서 따왔다.


전주이씨 양녕대군파 종중에서는 양녕회관 5층 강당 공간을 기꺼이 내줬다.

도광문화포럼 150회를 축하하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관계자들이 150회를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포럼 대표를 역임한 이원복 전 부산시립박물관장,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신광섭 전 국립부여박물관장. 2026.9.29     yes@yna.co.kr

도광문화포럼 150회를 축하하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관계자들이 150회를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포럼 대표를 역임한 이원복 전 부산시립박물관장,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신광섭 전 국립부여박물관장. 2026.9.29 yes@yna.co.kr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평균 50명씩, 많게는 100명 가까이 사람이 모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전 세계가 움츠려 있을 때도 강연은 멈추지 않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회원들끼리 힘을 모은 결과라 의미가 크다.

전주이씨 양녕대군파 종중 21대 봉사손인 이정원 씨는 "포럼은 (각계 연구자들이) 열심히 공부해 온 내용을 많은 사람과 나눠 온 과정"이라며 "그동안 한 번도 쉰 적 없이 재능기부 형태로 운영돼 왔다"고 말했다.

초대 대표인 이건무 전 관장 역시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12년 반 동안 딱 한 번 빠지고, 딱 한 번 지각했다"며 너스레를 던진 뒤 "많은 사람의 강연을 듣고, 배우면서 열심히 임했다"고 돌아봤다.

도광문화포럼을 이끈 4명의 대표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관계자들이 150회를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포럼 대표를 역임한 이원복 전 부산시립박물관장,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신광섭 전 국립부여박물관장. 2026.9.29     yes@yna.co.kr

도광문화포럼을 이끈 4명의 대표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도광문화포럼에서 관계자들이 150회를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포럼 대표를 역임한 이원복 전 부산시립박물관장,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신광섭 전 국립부여박물관장. 2026.9.29 yes@yna.co.kr


이 전 관장은 고고학 발굴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에서 "1965년 대학에 입학해 발굴 현장을 처음 접한 이래 어느덧 6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삼국시대 왕릉 중에서 처음으로 무덤 주인이 밝혀진 무령왕릉과 관련해서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무령왕릉 내부를 제일 많이 들락날락한 사람 중 하나"라며 웃었다.

우리 고고학 역사를 새로 쓴 현장을 숱하게 드나들며 큰 역할을 한 그였지만, 발굴은 무엇보다 신중히 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외과 수술'처럼 주의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굴은 우리 세대에서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합니다. 후대에 더 좋은 기법, 과학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욕심내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150회 맞은 도광문화포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제150회 도광문화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150회 맞은 도광문화포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제150회 도광문화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이 전 관장은 2000년 세계 학계를 강타했던 일본 구석기시대 유적 날조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고고학의 지뢰가 바로 날조와 조작"이라며 연구자의 마음가짐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는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 김쾌정 전 허준박물관장, 박원모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실장을 비롯해 7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참석자들은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함께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축하 행사에서 원년 멤버인 김호걸 학예연구관이 이 전 관장의 이름에 맞춰 "이 땅 곳곳 켜켜이 묻힌 과거의 숨결, 건져 올린 흙 속 침묵의 파편마다, 무한히 꽃피는 인류의 장편 서사"라고 삼행시를 읊자 박수가 이어졌다.

"재미있는 강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더라도 꾸준히 배우고,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하다 죽어라'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허허."(이건무 전 관장)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겸 도광문화포럼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겸 도광문화포럼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제150회 도광문화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겸 도광문화포럼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겸 도광문화포럼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양녕회관에서 열린 제150회 도광문화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9 yes@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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