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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줄다리기···‘안전판’이지만 대규모 투자 손실 리스크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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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줄다리기···‘안전판’이지만 대규모 투자 손실 리스크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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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24일(현지시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24일(현지시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한국과 미국 정부가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한국의 외화 조달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대미투자를 위해 필요하지만 미국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 체결되면 한국으로선 ‘안전판’이 생겨 한숨을 돌릴 수 있으나 체결이 되더라도 대미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외환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도록 명문화하는 협의까지 이어져야 하는 만큼 진통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통화스와프 문제를 논의했다. 기재부는 25일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통화스와프 체결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으면 대미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가 없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통화스와프를 “필요조건”이라고도 언급했다.

정부가 이처럼 강하게 통화스와프를 꺼낸 데는 한·미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3500억달러가 한국 외화 보유액(4163억달러)의 84%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1년에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200억~300억달러를 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치솟아 외환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일단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 외환 조달 부담은 줄어든다. 한국은행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한미 통화스와프는 유사시 달러 자금시장의 경색을 방지함으로써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등 시장안정 효과가 있다”며 “국제·금융 불확실성이 그대로인 만큼 통화스와프는 안전판 역할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그러나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거나 외환시장이 24시간 개방된 국가와만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대규모가 아니라 ‘한도를 정한 한시적 스와프’는 미국이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더라도 대미 투자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시장 불안 심리가 확산돼 스와프만으로는 외환시장 충격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정부도 투자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수익성이 날만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달러 공급이 줄어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정부가 투자 보증을 선 경우에는 직접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설령 통화스와프를 맺더라도 결국은 쉽게 달러 빚을 내는 셈”이라며 “불확실한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상업적 합리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미국 정부는 일본에 이어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확정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는 25% 관세율이 부과되고 있어 협상이 장기화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진 의원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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