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관세 낮춘 日과 경쟁서 불리…노란봉투법으로 노조리스크 커져
부품사 파업으로 완성차 공장 '스톱'…"경쟁력 약화 불 보듯 뻔해"
부품사 파업으로 완성차 공장 '스톱'…"경쟁력 약화 불 보듯 뻔해"
국내 자동차산업 |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홍규빈 기자 = 한국 양대 산업인 자동차업계가 미국 관세 인하 적용 지연, 임금 및 단체협상 난항, 부품사 파업이라는 삼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이행 지연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에 따른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업황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7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과 합의했으나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둘러싸고 난항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25% 관세가 유지되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보다 먼저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한 일본은 지난 16일부터 기존부터 12.5%포인트 낮은 15%의 자동차 관세를 적용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최대 자동차 경쟁국인 일본이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고비에 처했다. 한국산 자동차가 일본산에 비해 비싸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현대차, 기아, 한국GM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임단협에서 노란봉투법 등으로 발언권이 세진 노조와의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에서도 위기를 맞았다.
이중 현대차와 한국GM은 노사간 대치 끝에 지난 16일과 23일 가까스로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다만 현대차는 이달 초 부분파업에 나서 '7년 연속 무쟁의 타결'이 무산됐고, 한국GM은 직영 정비센터와 부평공장 유휴 시설 매각 현안과 관련해 아직 노사 불신이 사라지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전경 |
국내 2위 완성차업체인 기아의 임단협 협상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기아 노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했지만, 올해는 노조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합의가 난망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은 3조8천억원가량이다. 이를 기아 직원 수 3만5천7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1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인데 형제기업인 현대차가 합의한 성과급의 2배가 넘는 금액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기아 노조는 지난 19일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91.9%의 찬성률을 보여 파업권도 확보했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부품사 파업까지 겹쳤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의 생산 전문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는 이날 오전부터 주야간 파업에 돌입했다.
양 노조는 미래 고용 100% 보장과 완성차와 동일한 수준의 기본급 및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본인이 퇴사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무조건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가 부품을 공급하는 완성차업체 공장들도 파업으로 일부 멈춰 섰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대부분의 생산라인 가동률이 떨어진 가운데 일부 생산라인은 조업이 중단됐다. 모트라스는 현대차에 전자장치를 포함한 모듈을 납품한다.
현대차의 자동차 생산 시스템은 제품·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이기 때문에 부품사가 공급을 멈추면 곧바로 생산라인이 영향을 받는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도 3개 공장 중 1·2공장의 가동이 이날 오후부터 중단됐다.
현대차 노조 |
두 업체의 부분 파업으로 완성차 기준 수천대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대모비스의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의 파업에는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도 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자로 정의했다.
법 적용까지 아직 유예기간이 있지만, 자회사나 협력업체 노조들이 모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파업을 할 여지가 생겼고, 모기업인 현대모비스가 시범적으로 대상이 된 셈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자사 노조와도 임단협 협상에서도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이러한 내우외환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나라 업체들과 전동화 전환 등 미래모빌리티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자동차업체 및 부품업체들이 관세와 노사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올해 자동차 업계는 미국 관세 부과, 노란봉투법 통과 등 안팎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노조 문제로 생산 차질까지 장기화한다면 완성차업체가 국내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는 원청과 하청 사이에 있는 중간적인 성격의 회사인데 현대차·기아와 똑같은 혜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하다"며 "지금은 파업을 벌일 때가 아니라 자제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