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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베이커·쩌우스칭 감독 내한… ‘부국제’ 첫 경쟁 부문 초청받아

조선일보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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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베이커·쩌우스칭 감독 내한… ‘부국제’ 첫 경쟁 부문 초청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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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만든 콤비
대만 야시장서 아이폰만으로 촬영
가족드라마 ‘왼손잡이 소녀’ 제작
올해 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첫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왼손잡이 소녀’의 쩌우스칭 감독과 제작·각본·편집을 맡은 션 베이커 감독이 22일 부산을 찾았다. 베이커는 지난해 ‘아노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 영화 감독. 대만계 미국인 쩌우스칭과는 ‘탠저린’(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해온 오랜 파트너다.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이커는 “처음 대만에 갔을 때 타이베이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했다”고 했다. “도시 전체가 감각적인 과부하처럼 다가왔고, 돌아다니면서 ‘이것도 담아야 해, 저것도 담아야 해’라는 말을 쉴 새 없이 했죠.”

왼손잡이 소녀 이징(니나 예)은 자신의 왼손이 자기도 모르게 나쁜 짓을 벌인다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왼손잡이 소녀 이징(니나 예)은 자신의 왼손이 자기도 모르게 나쁜 짓을 벌인다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왼손잡이 소녀’는 타이베이 야시장에 국숫집을 차린 싱글맘과 두 딸의 씁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가족 드라마. 다섯 살 막내 이징(니나 예)은 왼손을 쓴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호기심 많은 이징이 “왼손은 악마의 손”이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베이커 감독은 “제가 속하지 않은 문화권을 다루는 만큼, 서구적 시선이 개입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검증하면서 각본을 썼다”고 했다. “사전 조사를 위해 대만을 여행하며, 실제 장소를 체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을 돌아봐도,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경험할 때 이야기는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주변 환경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이죠.”

영화 '왼손잡이 소녀'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왼손잡이 소녀'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전체를 아이폰만으로 촬영했다. 분주한 대만 야시장의 풍경이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펼쳐진다. 어린아이 눈에 비친 마법 같은 세상을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담아냈다. 쩌우스칭 감독은 “야시장에서는 카메라를 세우는 순간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촬영을 숨기려면 아이폰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은 실제로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입니다. 나중엔 촬영 중인 줄도 모르고, 손님들이 저희 음식을 먹고 가기도 했죠.”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영화 ‘탠저린’ 역시 아이폰만으로 촬영해 당시로선 혁신적인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베이커 감독은 아이폰 촬영, 비전문 배우 캐스팅 등 저예산으로 독창적인 영화를 만들어 왔다. 제작비 600만달러(약 83억원)를 쓴 ‘아노라’가 지금까지 그의 최대 규모 작품. 베이커 감독은 “저에게 중요한 건 감독의 통제권”이라고 했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5000만달러 규모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제가 최종 편집권을 가질 수 없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특정 배우를 캐스팅해야 되죠.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아요.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저는 제 영화에 대한 결정권을 온전히 갖고 싶습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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