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아프간 난민 송환 대화
미국은 군사기지 재확보 협의
미국은 군사기지 재확보 협의
지난 14일 아프가니스탄 누르갈 지역(쿠나르주) 마자르 다라 마을에서 지진 이후 마련된 이동식 진료소 앞에 부르카를 쓴 여성과 아이들이 대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한 무장 조직 탈레반이 최근 외교적 발판을 넓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난민 문제 등 골칫거리 해결을 위해 탈레반과 대화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온 탈레반의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탈레반으로부터 돌려받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바그람 공군기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미군이 2003년부터 2021년 8월 철수 직전까지 사용하던 핵심 군사 시설이다. 중국 국경에서 불과 800㎞ 떨어져 있어 미국으로선 포기하기 어려운 전략 자산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지를 되찾아 중국 국경을 감시하고, 동시에 이슬람국가(IS) 등 역내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대테러 거점으로 이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가 소규모 병력 주둔을 조건으로 탈레반과 테러 대응 작전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탈레반과 협력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세바스찬 고르카 백악관 대테러 담당 국장은 지난달 탈레반 정권을 “적당히 협조적인(moderately cooperative) 세력”이라 칭하며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그간 아프간에 억류된 미국인 송환 등 극히 한정적인 사안만 탈레반과 협상해왔다.
다른 국가들도 탈레반과의 외교적 접촉을 늘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 아프간 출신 난민의 본국 송환을 위해 탈레반과 협력하고 있다. 유럽 내 아프간 난민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은 지난 7월 탈레반 외교부 소속 관리 2명에게 영사 자격을 부여하고 자국 입국을 허용했다. 아프간 난민 신원 확인 및 본국 송환을 지원하라는 취지다.
파키스탄은 올해 초 탈레반과 대사급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아프간과의 접경 지대에 근거지를 둔 골칫거리 무장 단체 IS 호라산과 적대 관계인 탈레반과 협력해 치안·안보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3월 모스크바 대형 공연장에서 테러를 일으킨 IS 호라산 퇴치를 위해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7월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했다.
다만 탈레반이 국제 무대에서 아프간의 공식 정부로 승인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묵살하고 여성 억압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여성의 중등 교육, 대학 진학을 금지했고, 지난해에는 여성이 집 밖에서 얼굴은 물론 목소리를 노출하는 것도 금지하는 법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