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한국 정상 최초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성남=왕태석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요구를 통화 스와프 없이 받아들인다면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드러낸 우려는 과장된 게 아니다. 객관적인 경제 지표에 기반한 지적이다. 위기 시 안전판이 될 무제한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대로 한미 무역합의를 문서화할 경우, IMF 위기를 딛고 확립한 대한민국 금융 안전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다. 미국이 관세 확대 가능성과 안보 청구서를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더라도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3,500억 달러 현금 투자는 경제안보적 위험성이 너무 높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져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면서도 3,500억 달러 현금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바라는 투자액은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약 4,163억 달러) 84%에 해당한다. 이를 미국 뜻에 따라 수개월 안에 입금한다면 외환보유고는 이내 600억 달러대로 떨어진다. 곧바로 우리나라 대외지급능력은 임계 이하로 내려가고 원화가치는 추락할 것이다. 일본은 동일 조건으로 5,500억 달러를 투자해도 외환보유고(1조3,000억 달러 이상)가 우리보다 3배 많고,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과 통화 스와프가 체결돼 있다. 한마디로 일본과 우리는 경제 상황 자체가 다르다.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대미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선 이 대통령 지적대로 믿을 만한 '마이너스 통장'이 되어줄 한미 간 무제한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비기축통화국인 우리와 협정을 미 연방준비제도가 승인하기 쉽지 않아서다.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끝까지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주장하는 건 의미 있겠지만 여기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우리의 현실적 대안은 투자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현금 비중을 최소화하고 보증 및 대출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도저도 없이 미국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국익 포기와 다를 게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