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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호랑이와 까치가 친근한 이유...리움에서 전시로 본다

중앙일보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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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호랑이와 까치가 친근한 이유...리움에서 전시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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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까치 호랑이' 전
M1 2층, 11월 30일까지
'임진왜란 호랑이' 최초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까치.[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까치.[사진 넷플릭스]


리움미술관 살성기획전 '까치 호랑이' 전시장 모습. [사진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살성기획전 '까치 호랑이' 전시장 모습. [사진 리움미술관]


국내에 현재까지 전하는 호작도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임진왜란 호랑이' 작자미상, 조선, 1592, 비단ㆍ수묵 ,160.5 x 95.8 cm. 리움미술관 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국내에 현재까지 전하는 호작도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임진왜란 호랑이' 작자미상, 조선, 1592, 비단ㆍ수묵 ,160.5 x 95.8 cm. 리움미술관 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인기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이 상설기획전 '까치 호랑이 (虎鵲)'를 열고 있다. 1592년에 제작돼 현재까지 전하는 국내 까치 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도 국내 최초로 이번 전시에 나왔다. 또 민중 문화 속 해학과 풍자로 자리 잡은 19세기 민화와 더불어 김홍도의 정통 회화,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델이 된 호작도까지 한국인의 미의식과 해학, 그리고 시대적 풍자를 드러내는 총 7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동물로, 전통미술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뤄져 왔다. 특히 맹수인 호랑이는 위엄을 갖춘 군자를 상징하기도 했으며, 액운을 막아주는 영물로 여겨져 인기를 끌었다. 또 까치와 함께 그려진 호작도는 조선후기 민화의 대표적 주제로 자리잡았다.



호작도의 원류를 만나다



1592년작 '호작도'는 리움미술관 소장품으로 국내에 전해지는 까치 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민화의 대표적 주제였던 호작도의 원류로 평가받는다. 까치 호랑이의 도상은 중국 원나라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작품은 이를 계승하면서도 나무 위에 까치를 배치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까치 호랑이 도상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 좌측 소나무를 배경으로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들이 있고, 소나무 가지 위에는 까치가 있다. 화면 우측 상단 제발(題跋, 그림 해설)에 임진년에 그렸다고 쓰여 있어 1592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확한 제작연도를 알 수 있으며, 민화가 아닌 일반 회화 형식으로 그려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한 점의 그림 안에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자 놀라며 기뻐하는 새(경조·驚鳥), 새끼를 키우는 호랑이(유호·乳虎) 등이 하나로 결합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출산호는 여우와 이리가 호랑이를 가장해 위세를 부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의 모습을 일컫는다. 국악 밴드 이날치의 노래 '범 내려온다'의 내용도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 즉 출산호를 묘사했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이 작품은 전형적인 까치 호랑이의 모습을 담고 있으면서도 까치 호랑이 형식의 근본이 되는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호작도(虎鵲圖),작자미상, 조선,19세기, 이ㆍ수묵담채. 91.7x54.8cm . 개인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호작도(虎鵲圖),작자미상, 조선,19세기, 이ㆍ수묵담채. 91.7x54.8cm . 개인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호작도(虎鵲圖), 신재현(申在鉉),조선,1874 년 추정, 이ㆍ채색, 116.5x83.0cm 개인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호작도(虎鵲圖), 신재현(申在鉉),조선,1874 년 추정, 이ㆍ채색, 116.5x83.0cm 개인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19세기에 이르러 호작도는 민화로 제작되며 크게 유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화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표현과 해학적 모습이 더해졌다. 산신이 까치를 시켜 호랑이에게 신탁을 전달한다는 민속 신앙적 해석부터, 호랑이를 탐관오리로 까치를 민중으로 해석해 사회를 풍자하는 의미까지 다양한 상징적 의미가 더해졌다.


지금까지 까치 호랑이 민화 중 대표작으로 꼽히며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된 호작도 역시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추상적인 표현법이 마치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켜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귀를 세우고 산신이 까치를 시켜 전하는 신탁(神託)을 듣고 있는 도상으로, 호랑이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전형적인 민화풍이다. 조 연구실장은 "호랑이의 얼굴에는 둥근 표범 무늬가 있지만 몸통에는 기다란 호랑이 무늬가 있어 표범과 호랑이가 결합한 형태로 그려졌다"며 "당시에는 표범과 호랑이를 동일하게 인식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874년 신재현(申在鉉)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호작도'는 작가와 제작시기를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희귀한 사례다. 화면에 "호랑이가 으르렁대니 까치 무리가 모여든다"와 같은 호랑이의 위상과 위엄을 보여주는 제발이 쓰여 있어 민화이면서도 문인화 성격과 결합한 독특한 양상을 보여준다.

19세기에 그려진 '호피장막도(虎皮帳幕圖)'도 독특하다. 호피 장막 가운데를 걷어 올려 안에 있는 사랑방의 모습을 담았다. 호랑이 또는 표범의 가죽을 그림으로 그린 호피도는 호피가 악한 기운을 몰아낸다는 벽사(僻邪)의 의미와 관련이 있다. 조 연구실장은 "책상 가득 책들이 놓여 있고, 펼쳐진 책에는 다산 정약용의 시가 보인다"며 "문인들이 향유한 문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조선 후기 화단의 거장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김홍도 특유의 사실적 묘사로 완성된 이 작품은 정통 회화의 품격을 보여주면서도, 소나무 아래에서 몸을 돌려 서 있는 호랑이의 자세가 민화 까치 호랑이의 원형인 '출산호(出山虎)' 도상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케데헌' 인기에 힘입어 급히 기획됐다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 1년 전에 기획됐다. 조 연구실장은 "이번 전시가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캐릭터의 원류를 확인하고,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연계 공에품과 굿즈



[까치와 호랑이가 그려진 종이 부채. [사진 리움미술관]

[까치와 호랑이가 그려진 종이 부채. [사진 리움미술관]


까치 호랑이가 그려진 1회용 카메라. [사진 리움미술관]

까치 호랑이가 그려진 1회용 카메라. [사진 리움미술관]


한편 리움스토어는 이번 전시와 연계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전통의 미감을 살린 공예품과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돈봉투, 엽서, 종이부채, 에코백, 담요, 일회용 카메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전시(11월 30일까지)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며, 고미술 상설전과 함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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