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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사라진 국방 개혁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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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사라진 국방 개혁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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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4일 새벽 무장한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4일 새벽 무장한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대 | 전 정의당 의원



이재명 정부에서도 육사 불패의 신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계엄의 중요 가담자로 기소된 군 출신 인사 전원이 육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이례적이다. 이 정부 초기의 주요 인사를 보면 대통령 비서실의 안보실 1차장은 육사 출신 김현종(육사 44기) 예비역 중장, 국방비서관은 곽태신(육사 51기) 준장이 임명되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기도 전에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부 차관으로 이두희(46기) 예비역 중장을 임명했다. 뒤이어 취임한 안 장관은 민간인이 임명되던 국방부 정책실장 직무대리를 윤봉희(50기) 소장이 맡도록 했다. 9월에는 신임 육군 참모총장으로 김규하(48기) 대장이 임명되어 대통령실-국방부-육군본부로 이어지는 육사 선후배들의 인맥 구조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탄탄하다. 비록 합동참모의장이 공군 출신의 진영승(공사 39기) 대장으로 예외라고 하지만,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육사 출신 김성민(48기) 대장, 지상작전사령관은 주성운(48기) 대장을 임명하여 한국군의 주류 군맥인 육사의 파벌주의는 이 정부에서 해소될 길이 난망하다. 이 인사들 각각은 훌륭하고 능력 있는 인사들일지 모르나, 이들을 모두 합친 육사 선후배 집단은 오직 한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생존’이다.



이런 편중 인사의 폐단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지난 8월에 종료된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는 장관 직속으로 국방개혁추진단을 설치하기로 하고 그 인원의 50% 이상을 외부 민간 위원으로 채울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실제 구성을 보면 국방부 차관이 단장을 맡고 국방혁신기획관이 간사, 국방부 주요 실·국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각 군 및 해병대, 국방 연구기관(한국국방연구원, 국방대) 등이 참여하는 ‘자기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국정기획위가 제시한 각 군 사관학교 통합이나 국군방첩사령부 해체와 같은 민감한 현안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른바 ‘잘나가는’ 육사 530 작전 병과 출신들의 자리가 줄지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무엇보다 전후방 경계나 관리에 치중하는 군을 미래전에 집중할 단순하고 경쾌한 군 조직으로 전환시킬 개혁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이 날고 인공지능(AI)을 말하는 시대에 여전히 보병·포병·기갑 병과로 이루어진 천편일률적인 참모 조직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육사가 지배하는 육군본부는 이 구조를 지속하면서 지난해 계엄과 내란에 동원되었던 자신들의 과거도 깨끗이 지우려 할 것이다. 잘못된 역사와 단절하겠다는 군의 자기 혁신운동 같은 것을 기대했던 국민들, 빛의 혁명 주체에겐 허탈한 일이다. 문민 장관의 개혁 의지와 품격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할지라도, 당장 기술혁명과 인구절벽 시대에 “이런 군이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할 판이다.



안 장관은 국방개혁의 전권을 사실상 차관에게 위임하고 얼굴을 드러내는 각종 행사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 일원에서는 “장관님은 행사 중”, “차관님은 회의 중”, “진짜 실세는 국방비서실에 따로 있다”는 풍자가 파다하다. 지난 8월 안 장관이 부임하자마자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나는 무리하게 일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을 필자에게 전한 이 인사는 “이 정부에 국방개혁을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듣는 사람은 없다”고 한탄한다. 최근 방첩사가 ‘인맥을 동원해서 부대 존치 논리를 전파하라’는 내부 문건을 작성해 개혁을 체계적으로 분쇄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계엄 당시의 방첩사로 회귀한 것을 보여주는 일면이자 이재명 정부도 사실상 방첩사의 생존 논리에 포획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러고도 정부와 여당이 ‘내란 종식’을 말한다는 것은 난센스 아닌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는 국방이 문민 시대의 새로운 품격과 신선한 개혁 의지로 충만되어 미래로 거침없이 나아가기를 기대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 대통령은 굳이 문민 국방부 장관을 임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이제는 국방부가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이제 정권 초기이니 늦지 않았다. 어렵고 험난한 길,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개혁에 신속히 나설 채비를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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