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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비난한 미국 방송 "잠정 중단합니다"…커크 피살 후폭풍

머니투데이 윤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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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비난한 미국 방송 "잠정 중단합니다"…커크 피살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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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엣가시로 거론되던 ABC의 간판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가 방송 중단 사태를 맞았다. 진행자 키멜이 최근 친트럼프 보수 논객 찰리 커크의 사망을 두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점점 거세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압박 속에 미디어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미 키멜 /AFPBBNews=뉴스1

지미 키멜 /AFPBBNews=뉴스1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월트디즈니 산하 AB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 측은 방송 재개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며칠 안에 방송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2003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키멜은 트럼프 정부 비판을 토크쇼의 단골 소재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번에 논란이 된 발언은 15일에 나왔다. 그는 "우리는 지난 주말 새로운 바닥을 경험했다"면서 "마가(MAGA) 갱단이 찰리 커크를 죽인 청년을 그들과 무관한 인물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키멜은 트럼프 대통령의 커크 애도 과정도 농담거리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 기자로부터 "찰리 커크가 사망한 지 하루 반 정도가 지났는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주 좋다"면서 백악관 연회장이 신축되고 있으며 멋지게 지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키멜은 "이건 성인이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을 애도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면서 "4살짜리 아이가 금붕어를 애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키멜의 발언은 즉각 보수 논평가들의 분노를 샀고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연방통신워윈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장은 17일 보수 성향 정치 팟캐스터 베니 존슨과의 인터뷰에서 "이건 지금 디즈니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면서 "그들은 FCC에서 방송 허가를 받으며, 그 허가엔 공익을 위해 운영하라는 의무가 따른다"고 밝혔다. ABC방송에 대한 허가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날 ABC 계열 방송국 수십 곳을 운영하는 넥스타미디어그룹 역시 키멜의 "모욕적이고 무감각한 발언"을 이유로 '지미 키멜 라이브'를 자사 방송국에서 잠정 송출 중단하겠다고 디즈니에 통보했다. 넥스타미디어그룹은 다른 방송국 인수 거래를 위해 FC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 중단 결정에 대해 미디어 회사들이 커다란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는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일부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거나 기자회견 참석 권한을 박탈했다.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150억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도 제기했다.

7월엔 CBS가 심야 토크쇼 시청률 1위였던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를 돌연 폐지하기도 했다. 진행자였던 콜베어 역시 트럼프 정부 풍자를 단골로 하던 인물이다. 당시 CBS의 모회사인 파라마운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스카이댄스와 합병하기 위해 FCC의 승인을 앞두고 있었는데, 합병 승인을 위해 CBS가 토크쇼를 희생시킨 것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토크쇼 폐지 후 FCC는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의 합병을 승인했다.

사진=트루스소셜

사진=트루스소셜


시러큐스대학교의 블라이어 텔레비전·대중문화 센터장인 로버트 톰슨은 블룸버그에 "의회는 농담했다는 이유로 법을 제정해 지미 키멜을 해고할 수 없지만, ABC는 할 수 있다"면서 "심야 토크쇼 녹화를 하는 코미디언들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걸 보고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ABC의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에 좋은 소식"이라면서 "ABC가 마침내 필요한 결단을 내린 것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이어 "키멜은 재능이 전혀 없으며 콜베어보다 시청률이 낮다"면서 "이제는 가짜 뉴스 방송국 NBC에 지미와 세스 두 실패자만 남았다"고 했다. NBC의 심야 토크쇼인 '더 투나잇 쇼 스터링 지미 팰런'과 '레이트 나이트 위드 세스 마이어스' 폐지까지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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