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이적시장 막판 오현규의 유럽5대리그 입성이 눈앞이었다. 독일, 벨기에 매체들은 오현규의 슈투트가르트행을 연달아 보도했고 이적 직전이라는 걸 알렸다. 이적료는 무려 2800만 유로(약 457억 원). 독일 분데스리가 팀이 투자한 액수 치고는 꽤 큰 금액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헹크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그러나 독일 도착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의 8~9년 전 십자인대 부상 전력을 문제 삼으며 “당초 합의한 금액은 너무 높다”며 이적료 삭감을 요구했다. 이후 협상 결렬→임대 조건 재제안→최종 무산이라는 수순을 밟았다. 오현규는 실망 속에 귀국길에 올랐고, 곧장 홍명보호에 합류해 9월 미국 원정에 나섰다.
오현규는 심리적 충격과 울분을 경기장에서 토해냈다. 7일 미국전에서는 부지런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고, 10일 멕시코전에서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후반 23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김문환의 크로스를 머리로 연결해 역전골을 터뜨린 뒤 무릎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곧바로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는 명백한 메시지였다. “내 무릎은 아무 이상 없다”는 증명.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세리머니는 특정 팀을 저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많은 분이 우려하신 부분이 있지만, 여느 선수 못지않게 무릎은 건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부당한 낙인을 씻어내고자 했던 행동이었다.
소속팀 헹크도 참지 않았다. 멕시코전 종료 직후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현규의 사진을 올리며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문구를 남겼다. 슈투트가르트가 ‘메디컬 불합격’을 이유로 협상을 깨뜨린 것을 조롱한 것이다.
헹크 후크 후이버그스 단장은 벨기에 매체와 인터뷰에서 “오현규는 슈투트가르트의 요청으로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7~8년 전 의료 기록을 꺼내 거래를 다시 협상하려 한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는 선수에게 부당한 낙인을 찍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나아가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 와중에 독일 ‘빌트’가 논란을 키웠다. 빌트는 13일 “헹크가 슈투트가르트를 조롱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를 영입해야 했을까? 구단은 재정적으로 안정적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현규의 몸 상태가 현재는 문제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부상이 언제 재발할지 몰라 슈투트가르트의 결정이 합리적이었다는 논리였다. 빌트는 또 “닉 볼테마데(뉴캐슬) 대체자로 거론됐지만, 결국 협상은 무산됐다. 슈투트가르트는 앞으로 오현규의 발전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빌트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민재에게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야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최근엔 한국 대표팀에 발탁된 카스트로프에 대해서도 “월드컵 꿈을 좇다 소속팀 입지를 잃을 수 있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제는 오현규 사태에까지 구단의 편을 드는 듯한 ‘무지성 비판’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빌트의 한국 선수 저격 기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실망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곧바로 ‘다음’을 준비하는 태도였다. 대표팀에서 보여준 투혼과 골 결정력은 오히려 유럽 구단들에 또 다른 신호가 될 수 있다.
오현규는 여전히 젊고,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멕시코전 골 세리머니가 보여주듯, 이제 자신을 향한 편견을 실력으로 깨부수겠다는 각오다. 헹크 역시 오현규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반면 슈투트가르트는 이번 사태로 ‘신뢰를 깨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단순히 한 명의 이적 불발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선수 시장에서 협상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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