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강과 호수가 도심을 감싸안고 있는 춘천. 이곳을 달리고 있는 이재진 작가. 이재진 제공 |
가을은 러너들에게 최고의 계절이다. 한결 선선해진 공기, 청명한 하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바람. 이제는 더 이상 그늘을 찾아 달릴 필요가 없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진 길 위에서 뛰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가을 여행 러닝’ 콘셉트로 두곳을 소개한다. 가을 햇살이 빚어내는 절경 속을 달리며 운동과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강과 호수, 그리고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춘천과 경주로 가을 러닝 여행을 떠나보자.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강과 호수가 도심을 감싸안고 있는 춘천. 이곳을 달리고 있는 이재진 작가. 이재진 제공 |
춘천 소양강변 러닝
의암공원에서 출발해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을 거쳐 춘천대교 왕복한 뒤 소양강처녀상,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 거쳐 의암공원 도착. 편도 약 5㎞, 왕복 약 10㎞.
춘천 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소양강이다.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강과 호수가 도심을 감싸안고 있어, 어디서든 물길이 곁에 있다. 그중에서도 의암공원을 출발해 소양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코스는 러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길이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는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무엇보다 시원하게 트인 소양강 풍경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탁 트인 강변이 내내 시야에 들어온다. 강물에 비친 하늘과 산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가을에는 노랗고 붉게 물든 가로수들이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러닝 자체가 계절 여행이 된다.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 사이를 달리다 보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강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엔 특히 더 아름답다. 풍경 속을 유영하는 듯한 경험을 준다.
코스 중간중간에는 벤치와 전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잠시 멈춰 서서 강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춘천의 상징 같은 소양강처녀상, 그리고 소양강 스카이워크 같은 명소가 코스 안에 포함되어 있다. 달리기와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강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리듬 속에서 달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서울에서 아이티엑스(ITX) 청춘열차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서울 시민의 주말 러닝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달릴 때 잊히지 않는 풍경을 선사하는 경주. 이재진 제공 |
경주 보문호수 러닝
보문호수 어느 위치든 러닝 시작 포인트가 된다. 한 바퀴 약 7㎞ 거리. 난이도는 초급에서 중급 정도.
호반의 매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명소는 경주 보문호수다. 보문관광단지 한가운데 자리한 보문호수 둘레길은 약 7㎞다.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는 코스다. 두세 바퀴를 돌면 장거리 훈련까지 되는 코스다. 보문호수 러닝의 매력은 단순히 호수 풍경 관람에 그치지 않는다. 불국사, 동궁과 월지 등 경주의 역사적인 공간과 가깝다. 이런 이유로 ‘달리며 만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가을이면 호수 둘레를 따라 심어진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붉게 물든 단풍이 배경이 되어 러닝의 낭만을 더한다. 보문호수에는 데크 길, 숲길, 호반 길이 다양하게 연결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물너울교를 건널 때 만나는 풍경은 러너들에게 잊히지 않는 순간을 제공한다. 일출 무렵 호수 위로 떠오르는 해를 곁에 두고 달리는 것도 큰 감동을 선사한다. 한편의 영화다.
달릴 때 잊히지 않는 풍경을 선사하는 경주. 이재진 제공 |
올해 경주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10월31일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문이다. 명실공히 세계적인 도시가 됐다. 경주를 찾는 여행객들도 늘고 있다. 역사와 문화, 국제 도시의 면모를 동시에 품은 경주에서 하는 ‘보문호수 러닝’은 여행 이상의 의미를 전해준다.
가을은 달리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강변과 호수 길을 따라 뛰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은 러너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춘천과 경주, 두 도시에서 달리며 맞이하는 가을은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여행이고, 특별한 기억이 된다.
이재진 ‘마라닉 페이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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