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100일] 한미 통상·안보 협상
대통령실 인사들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배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연합뉴스 |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통상·안보 후속 협상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분명한 것은 저는 (미국과)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진행 상황과 최종 타결 시점을 묻는 질문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열심히 협상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후에도 관세 협상 내용 등에 대한 합의문이 나오지 않아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우리가 얻으러 간 게 아니다. 미국의 일방적 관세 증액을 방어하러 간 것”이라며 “좋으면 사인(서명)해야겠지만,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느냐. 사인 못 했다고 비난하지 말라”고 했다.
◊한미 협상 “넘어야 할 고개 수없이 있을 것”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이 대통령은 “외교 협상은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사실 많고, 완결되지 않은 과정에서 오가는 얘기를 공개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면서도 “앞으로도 넘어야 할 고개가 퇴임하는 그 순간까지 수없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요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온갖 협상 요소가 있다. 예를 들면 안보 분야는 미군 문제, 핵연료 처리 문제, 소위 전략적 유연성 문제, 국방비 문제, 또 경제·통상 분야는 3500억달러(약 485조원)와 관세를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이라며 “일단 작은 고개 하나를 넘었다고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을 일단 타결했지만 아직 안보와 경제·통상 분야에서 모두 한미 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취지다.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국가별 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모두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자동차 품목 관세 인하가 늦어지고 있다. 한국의 국방 예산 증액,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포함한 ‘동맹 현대화’ 협의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얻기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 개시나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 개최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합리성과 공정성 벗어난 협상 않는다”
한미 간의 현안들을 열거하면서 이 대통령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과 협상을 계속하겠다며 이 대통령은 “여전히 믿는다. 협상 표면에 드러난 것은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고 그렇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다”라며 “그렇게 만들어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현재 트럼프 미 행정부의 요구가 과격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란 취지로 볼 수 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쓴 ‘거래의 기술’을 읽었다”며 “상대가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을 던지지만, 최종적으로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미 본인이 (책에) 써놓았다”고 한 적 있다.
한국보다 먼저 대미 관세 협상을 끝낸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가능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본이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한참 더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일본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런 무역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29년 1월까지 5500억달러(약 760조원)의 대미 투자를 집행하기로 하고, 운용과 수익 환수의 주도권도 미국에 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방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9일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관련해 “(협상이) 교착 상태”라며 “현재 상태로는 절대 사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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