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오현규 ‘원톱’도 합격… 더 다양해진 손흥민 활용법

조선일보 김영준 기자
원문보기

오현규 ‘원톱’도 합격… 더 다양해진 손흥민 활용법

서울흐림 / 13.8 °
홍명보호, 강호 멕시코와 2대2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오현규(오른쪽)가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멕시코와 벌인 평가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30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역전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오현규는 이날 득점을 포함해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대한축구협회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오현규(오른쪽)가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멕시코와 벌인 평가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30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역전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오현규는 이날 득점을 포함해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대한축구협회


‘홍명보호’에 이번 미국 원정 2연전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3위 한국은 낯선 경기장에서 북중미 강호인 미국(15위)과 멕시코(13위)를 상대로 월드컵 본선 모의고사에 나섰다. 받아든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지난 7일(한국 시각) 미국을 2대0으로 제압한 대표팀은 10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멕시코를 상대해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스리백을 실험한 수비 면에선 불안한 모습이 보였지만, 공격에선 2경기 4골을 뽑아내며 본선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이번 2연전을 통해 오현규(24·헹크)가 홍명보호의 확실한 공격 자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이날 손흥민을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오현규는 1-1로 맞선 후반 30분 짜릿한 역전 골을 터뜨렸다. 이강인의 침투 패스를 받아 박스 안으로 드리블한 뒤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왼쪽 골문 구석을 찔렀다. 오현규는 왼쪽 다리의 스타킹을 내리고 무릎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거 무릎 십자인대 부상 이력이 문제가 되어 합류가 무산됐는데 이를 의식한 듯 자신의 무릎이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오현규는 손흥민과 함께 홍명보호 최다 득점자다. 작년 여름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번 멕시코전까지 5골을 넣었다. A매치 최근 4경기 3골의 상승세. 월드컵 3차 예선에서는 4골 중 3골을 교체로 나와 터뜨리며 ‘특급 조커’로 활약했지만, 이날은 선발로 출격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빈 끝에 역전 골을 뽑아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대회에 동행하고도 예비 선수 신분이라 등번호도 받지 못했던 그가 3년 만에 대표팀 주축 공격수로 성장한 것이다. 오현규는 “카타르에서 뛰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보며 월드컵 무대의 소중함을 느꼈다”며 “그 자리에 서기 위해 하루하루 간절하게 살았고, 오늘 그 보답을 조금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던 조규성과 황의조가 각각 부상과 사생활 문제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자, 홍명보 감독은 주민규와 오세훈 등을 시험했지만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오현규가 골잡이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손흥민 활용 폭까지 넓히는 성과를 가져왔다. 홍 감독으로서는 결정력 강화를 위해 손흥민을 원톱으로 기용할 수도 있지만, 오현규를 최전방에 세우고 손흥민을 가장 익숙한 왼쪽 측면에 배치하는 선택지도 가능해졌다.

지난 미국전에서 원톱 공격수로 나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2대0 승리를 이끈 손흥민은 멕시코전에선 후반 교체로 들어가 왼쪽 공격수로 상대 측면을 여러 차례 허물며 기회를 만들었다. 라울 히메네스에게 헤더 선제골을 허용해 0-1로 끌려가던 후반 20분엔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오현규가 머리로 떨어뜨리자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A매치 136번째 출전으로 차범근·홍명보와 역대 최다 타이기록을 이룬 그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53번째 득점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은 미국전과 멕시코전에서 다른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두 경기 모두 해결사다운 면모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후반 추가 시간, 상대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산티아고 히메네스에게 왼발 슛으로 동점을 허용한 장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북중미 강호와 2연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하면서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본선 진출국 48팀을 FIFA 랭킹 기준으로 1~4포트로 나눈 뒤 대륙 안배 원칙을 고려해 각 포트에서 한 팀씩 한 조에 배정한다. 23위 한국은 2~3포트 경계선에 있어 강팀을 피하려면 최대한 FIFA 랭킹 포인트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달 10일과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브라질·파라과이 2연전에서 획득하는 랭킹 포인트까지 조 추첨 포트 배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김영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