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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늘수록… ‘유로’ 쓰는 佛보다 한국이 외환위기 취약

조선일보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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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늘수록… ‘유로’ 쓰는 佛보다 한국이 외환위기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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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국’은 자국 돈 찍어 방어 가능
韓, ‘非기축국’ 중에서도 위험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올해 말 기준 49.1%로, 프랑스(113.9%)의 절반도 안 된다. 120%대의 미국, 250%쯤인 일본 등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도 훨씬 낮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나랏빚 상황은 아직 크게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일본 등은 달러·유로·엔화를 쓰는 기축통화국인 반면 우리나라는 비(非)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축통화국은 유사시 자국 돈을 찍어 나랏빚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비기축통화국은 나랏빚이 불어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 오면 자국 통화로 해외 빚을 갚기 어렵기 때문에 외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비기축통화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 비율은 꽤 높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54.5%)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7국 중 비기축통화국인 11국 평균(54.3%)보다 높다. 여기서 일반 정부 부채는 국가 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한 것이다. 한국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1국 중에선 4위다.

IMF는 우리나라 정부 부채 비율이 2029년 말 58.4%까지 불어나면서 싱가포르(177.6%), 이스라엘(70%)에 이어 3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국부 펀드 투자를 위한 채권 발행이 회계상 부채로 잡힌 특수한 경우이고, 이스라엘은 전쟁 비용, 전쟁 피해에 따른 복지비 지출 등으로 빚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이 비기축통화국 중 가장 위험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요 선진국보다 부채 비율이 낮다고 여유를 부리다가 또 외환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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