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박에 무엇이 이 여자를 그토록 충만하게 빛나게 했던가를 알아차렸다. 이곳의 무수히 닮은 방으로부터, 놓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이 여자를 그렇게 놀랍게 변모시켰던 것이다.'
1970년대에 발표된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닮은 방들'에는 복권 당첨을 꿈꾸는 서민들이 등장한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서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하며 권태로운 일상을 공유하던 철이 엄마가 어느 날부터 달라졌다. 서민 아파트를 벗어날 탈출구가 될지도 모르는 복권 한 장이 그녀의 얼굴을 빛나게 바꿔놓은 것이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얼굴은 낯설지 않다. 내 집 마련과 일확천금의 꿈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마음을 붙든다.
1970년대에 발표된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닮은 방들'에는 복권 당첨을 꿈꾸는 서민들이 등장한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서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하며 권태로운 일상을 공유하던 철이 엄마가 어느 날부터 달라졌다. 서민 아파트를 벗어날 탈출구가 될지도 모르는 복권 한 장이 그녀의 얼굴을 빛나게 바꿔놓은 것이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얼굴은 낯설지 않다. 내 집 마련과 일확천금의 꿈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마음을 붙든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7조3348억원으로 사상 처음 7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3조555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늘지 않는 소득,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은 오늘도 사람들을 복권 판매대로 이끌고 있다.
판매액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한국의 복권 시장은 주요국에 비해 큰 편은 아니다. 지난 6일 미국에서는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까지 쌓인 파워볼 복권 당첨자가 나왔는데, 한국의 로또 1등 당첨금은 평균 20억2333만원에 불과하다.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서울에 집 한 채 못 산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권 판매액 비중도 한국은 0.29%로 OECD 평균(0.362%)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로또 당첨금 증액은 쉽지 않다. 사행성 조장 우려가 있는 데다 복권값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복권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복권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2명 중 1명(56.4%)은 1년 내 복권 구입 경험이 있고, 61.9%는 '복권이 삶에 흥미와 재미를 준다'고 응답했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1분의 1에 불과하지만, 그 희박한 확률이 일상을 견디게 하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희망과 체념이 섞인 로또의 두 얼굴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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