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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에 소변” “식판에 비닐”... 자체 ‘물 절약 운동’ 나선 강릉 시민들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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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에 소변” “식판에 비닐”... 자체 ‘물 절약 운동’ 나선 강릉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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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1회용 식판용 비닐 커버를 사용해 세척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강릉시

강릉시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1회용 식판용 비닐 커버를 사용해 세척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강릉시


최악의 가뭄으로 재난 사태 선포가 내려진 강원 강릉에서 시민들의 ‘사투’ 인증이 잇따르고 있다. 변기 대신 페트병과 요강 등에 소변을 보고, 설거지를 하지 않기 위해 식판에 비닐을 씌워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절수한다는 글이 온라인에 이어지고 있다.

9일 강릉 지역 커뮤니티를 보면, 시민들이 절수 방법을 공유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성자 A씨는 7일 강릉 맘카페를 통해 가족이 페트병에 소변을 모아 물을 한 번에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남편이 물 나오는 시간까지 페트병에 소변을 모아 물 나오는 시간에 한꺼번에 내리겠다고 한다”며 “아빠가 그런다니 아들도 그러겠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병은 재활용 말고 종량제에 잘 처리해서 버리려고 한다”고 했다.

이 글에는 “저희 집은 가족 수대로 요강 구매했다” “우리는 소변을 모아서 한 번에 물 내린다” 등 비슷한 방법을 사용 중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강릉 시민들이 페트병에 물조리개 꼭지를 부착하고, 캠핑용 샤워기를 이용하는 등 절수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강릉 지역 맘카페

강릉 시민들이 페트병에 물조리개 꼭지를 부착하고, 캠핑용 샤워기를 이용하는 등 절수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강릉 지역 맘카페


샤워기 대신 물조리개 꼭지를 구매해 이를 페트병에 부착한 뒤 세신에 이용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작성자 B씨는 8일 “그냥 생수를 들이붓기엔 버리는 물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페트병 전용 분무기 마개를 구입해 부착해 아껴가면서 썼다”며 “아이 씻기는데 차갑다며 연신 오들오들 떨더라.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현타가 살짝 왔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이런 B씨의 글에 공감을 표했다. “저랑 아이도 조금 전 같은 방식으로 샤워했다. 씻기면서 물 아낀다고 빨리빨리를 몇 번 외쳤는지 모르겠다” “저는 아이 씻길 때 생수 데워서 사용하려고 한다. 캠핑용 샤워기 추천드린다” “물 끓여 화분 물 뿌리게에 담아 사용해볼까 한다. 바가지로 들이붓는 것보단 물 낭비가 덜할 것 같다” 등이다.


설거지 때 사용하는 물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는 네티즌도 다수 있었다.

9일 오전 7시 40분쯤 단수가 된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 설거지에 사용되는 물을 아끼기 위해 아이가 식사하는 그릇에 비닐을 씌워 놓은 모습. /뉴스1

9일 오전 7시 40분쯤 단수가 된 강원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 설거지에 사용되는 물을 아끼기 위해 아이가 식사하는 그릇에 비닐을 씌워 놓은 모습. /뉴스1


작성자 C씨는 “설거지 줄이려고 아이에게 밥 대신 햇반, 고기 대신 달걀 후라이와 팩 연두부 등을 챙겨주는데, 너무 대충 주는 것 같다”며 “설거지 적게 나오는 식단 공유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요청했다.

여기에는 “일회용 젓가락 숟가락 사용하고, 요리 후 냄비째 놓고 국자로 퍼먹는다” “그냥 식기들 전부 일회용으로 쓰면 설거지 안 나온다” “밀키트를 이용하면 재료 손질도 필요 없어 물도 안 쓰게 된다” “그릇에 비닐 씌워서 쓰고 버린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절수에 나선 건 강릉시가 지난 6일 오전부터 홍제정수장 급수 구역의 아파트와 대형 숙박 시설 등을 대상으로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물 절약 운동에 나선 것이다. 시는 전날부턴 주문진읍과 왕산면, 연곡면을 제외한 모든 강릉 시민에게 1인당 생수 12ℓ를 지급하고 있다.

9일 최악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에 단수 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내 한 생활용품점이 제한급수 필수품을 모아 놓고 팔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최악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에 단수 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내 한 생활용품점이 제한급수 필수품을 모아 놓고 팔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물 절약을 위한 노력은 사회복지 시설에서도 이어졌다. 식판 세척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릉시립복지원과 강릉종합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 시설 65곳에선 1회용 식판용 비닐 커버를 사용하기로 했다. 식판 위에 비닐을 씌워 음식을 제공하고, 사용한 비닐은 버리는 식으로 세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절약된 물은 입소자들의 생활 위생 관리와 필수적인 급수 용도로 우선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오전 6시 기준 강릉 지역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12.3%(평년 70.9%)로 집계됐다. 전날(12.4%)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4주 내 5%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지속되는 가뭄으로 강원 평창 도암댐 도수터널(관로) 안의 물 방류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도암댐은 과거 수질 문제로 24년간 봉인돼 있었다.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12.3%로(평년 70.9%) 전날(12.4%)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연합뉴스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12.3%로(평년 70.9%) 전날(12.4%)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연합뉴스


강릉시는 도암댐 취수탑 상·중·하단 3곳과 도수터널 잔류수 등 4곳에서 채수해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시는 자체 수질 검사 결과와는 별도로 이날 중 시민 의견을 최종 수렴해 이르면 오는 10일 도암댐 물 방류를 수용할지를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질 검사 결과는 최소 일주일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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